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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은 대선일 뿐.

*보통 블로그 글을 올리고 페북에 올리는데, 이번에는 페북 포스팅을 업어온다.



작년 하반기부터 개인적으로 속시끄러운 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 날이 많았다.

그러다 해외 부재자 투표 등록을 하는 시기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만삭으로 반드시 투표하고 동참을 호소했던 결기는 어디로 갔을까.

누가 돼도 결국 그만이다,라는 냉소가 자리잡지 않았다고 말은 못 하겠다.

투표권을 가지기 전부터는 물론이거니와,

투표권을 행사하기 시작한 이후로도

내가 품고 있던 생각이 몇 번이나 뒤집혔다.

가까운 사람들의 생각도 다 제각각이다.

(물론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가 우주이자 먼지니까.)

유난히 어렵고 비호감의 대결이라던 이번 선거를 관망하는 가운데

나와 비슷한 결의 생각을 한다고 믿었던 사람들의 글에서

때로는 화해하기 힘든 독기와 결의를 보기도 했고,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의 민낯도 참 많이 보게 되었다.

여차저차 다 싫다는 마음도 여러 번 올라왔다.

그래도,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원하는 결과가 될지는 모르겠다.

원하는 결과가 된 적이 없을 때도, 원하는 결과가 됐을 때도,

현실은 언제나 늘 이상보다 더디었고,

손바닥 뒤집듯 뒤집혀지는 언사와 행동들에 치를 떨기도 했다.

대선이야 어떻든,

내 삶은 생각보다는 구체적으로, 또 때로는 너무 아무 영향 없이

그렇게 흘러가곤 했다.

어디서나 이번 선거 결과가 결정적이라고 한다.

처연한 결의가 곳곳에서 보인다.

독하기 이를 데 없는 말들이 날라다닌다.

나도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나도 당신도 너무 마음에 가득

울분을 품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이 대선 결과 하나에 잡아먹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에 사는 사람이라 강 건너 불구경 한다고 하면,

뭐 맞는 말이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나 트럼프도 이주민으로 견뎌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