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면 말을 아끼게 될 때가 있다. 섣불리 뭐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우니까. 그게 또 같이 일했던 사이이고 유명인이면 더군다나 그렇다. 아무래도 좀 계면쩍으니까. 라디오 PD로 함께 일했던 연예인 진행자들 중에 지금도 기억에 매우 아름답게 남아 있는 분은 바로 김광진 (선배)님이다. 딱 떠오르는 다른 분은 혜은이 쌤. 선생님 잘 지내시기를… (어째 라인업이 다 2라디오 ㅋㅋ)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벌써 10년쯤 된 일인가? 갑작스레 전임 진행자가 하차하면서 개편 아닌 개편을 맞아 참 바빴었다. 개편 스팟, 예고, 징글, 당장 찍어내듯 만들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왜냐고? 찐팬이었으니까. 게다가 경제 프로 진행자인데 가수/작곡가라니. 쓸 곡들이 너무 많잖아요~~~ ㅎㅎㅎ 오랜 팬심을 발휘한 덕분에 일사천리로 만들어내서 그때 함께 일했던 PD 선배가 칭찬을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렇게 당근으로 조련하는 게 목적이셨을 수도…)
그때 조금 차분한 노래 분위기 때문에 끝내 쓰지 못한 곡 중 하나가 사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였다.
김광진의 진심. 1998년 My Love My Life에 수록된 이 노래는 진심 내 고3 테마곡이었다. 그때 짝이었던 은주랑 이 노래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ㅎㅎㅎㅎ
가사가 지금 봐도 너무 좋다. (그때 기억해줘를 비롯해 처음 느낌 그대로,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사랑의 서약이 다 김광진 님이 작곡하신 노래라는 걸 알고 충격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사 일부만 옮겨 본다.
그래도 잊진 말아요// 그대의 소중한 재능이// 숨겨진 보석과 같은 거죠//
언젠간 환하게 빛날 테죠// 꿈만큼 이룰 꺼예요// 너무 늦었단 말은 없어요//
그대를 지켜주는 건 그대 안에 있어요// 강해져야만 해요 그것만이 언제나 내 바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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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PD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연예인이랑 같이 일했다는 이유로 그래서 연예인 루머 많이 알아요? 이런 식으로 바로 반응하는 사람들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를 다닐 때도 가끔 미용실에 가면 뭐하냐고 물어볼 때 “회사 다녀요.”라고만 말했었다. (그러나 내 복장은 일반 회사와는 좀 많이 안 어울렸지…)
내가 남의 말을 아예 안 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즐겨 하는 편은 아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예인도 사람이다.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야기들은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거북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말을 더 아끼게 된다. (게다가 욕하고 싶은 사람도 종종 있으니까…?! ㅋㅋㅋ)
김광진 선배님은 그런 조심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좋은 말만 하면 되니까. 노래만큼이나 안팎으로 참 따뜻하신 분이셨다. 연예인이시지만 직장생활을 오래 하셔서인지 일반인으로서의 감도 있고, 냉철한 분석을 직업으로 하셨던 것치고는 여러 노래에 살아있는 따뜻하면서도 슬프고 말랑말랑한 감수성도 살아 있는, 보기 드문 ‘보석 같은’ 분이셨다. 다소 비루했던(?!) PD 생활을 즐겁게 돌아보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시절의 기억.
그렇지만 선배님, “그것만이 내 ‘바람’”입니다. (교정 원고 다시 수정하며 노래를 듣는 내 감상평 ㅋㅋㅋ)
***의식의 흐름으로 눈이 흐릿한 채 글을 쓰는 지금은 새벽2시 15분. 다음 노래로 넘어갔다. ‘잘 지내나요’가 나온다. ‘흐려지는 나의 두 눈을 어쩔 수가 없어요.’라니 너무 적절한 가사다. 김광진 선배님 말고 가수 김광진/ 작곡자 김광진 노래를 쭉 들으면서 힘내서 ‘흐려지는 나의 두 눈’을 좀 달래가며 일 좀 더 하다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