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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

정말 좋아하면 말을 아끼게 될 때가 있다. 섣불리 뭐라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우니까. 그게 또 같이 일했던 사이이고 유명인이면 더군다나 그렇다. 아무래도 좀 계면쩍으니까. 라디오 PD로 함께 일했던 연예인 진행자들 중에 지금도 기억에 매우 아름답게 남아 있는 분은 바로 김광진 (선배)님이다. 딱 떠오르는 다른 분은 혜은이 쌤. 선생님 잘 지내시기를… (어째 라인업이 다 2라디오 ㅋㅋ)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벌써 10년쯤 된 일인가? 갑작스레 전임 진행자가 하차하면서 개편 아닌 개편을 맞아 참 바빴었다. 개편 스팟, 예고, 징글, 당장 찍어내듯 만들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왜냐고? 찐팬이었으니까. 게다가 경제 프로 진행자인데 가수/작곡가라니. 쓸 곡들이 너무 많잖아요~~~ ㅎㅎㅎ 오랜 팬심을 발휘한 덕분에 일사천리로 만들어내서 그때 함께 일했던 PD 선배가 칭찬을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렇게 당근으로 조련하는 게 목적이셨을 수도…)

그때 조금 차분한 노래 분위기 때문에 끝내 쓰지 못한 곡 중 하나가 사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였다.

김광진의 진심. 1998년 My Love My Life에 수록된 이 노래는 진심 내 고3 테마곡이었다. 그때 짝이었던 은주랑 이 노래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ㅎㅎㅎㅎ

가사가 지금 봐도 너무 좋다. (그때 기억해줘를 비롯해 처음 느낌 그대로,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사랑의 서약이 다 김광진 님이 작곡하신 노래라는 걸 알고 충격을 먹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가사 일부만 옮겨 본다.

그래도 잊진 말아요// 그대의 소중한 재능이// 숨겨진 보석과 같은 거죠//

언젠간 환하게 빛날 테죠// 꿈만큼 이룰 꺼예요// 너무 늦었단 말은 없어요//

그대를 지켜주는 건 그대 안에 있어요// 강해져야만 해요 그것만이 언제나 내 바램이죠

***

라디오 PD였다는 사실을 밝히는 걸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연예인이랑 같이 일했다는 이유로 그래서 연예인 루머 많이 알아요? 이런 식으로 바로 반응하는 사람들 말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사를 다닐 때도 가끔 미용실에 가면 뭐하냐고 물어볼 때 “회사 다녀요.”라고만 말했었다. (그러나 내 복장은 일반 회사와는 좀 많이 안 어울렸지…)

내가 남의 말을 아예 안 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즐겨 하는 편은 아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연예인도 사람이다.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이야기들은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거북할 때가 많다. 그래서 말을 더 아끼게 된다. (게다가 욕하고 싶은 사람도 종종 있으니까…?! ㅋㅋㅋ)

김광진 선배님은 그런 조심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좋은 말만 하면 되니까. 노래만큼이나 안팎으로 참 따뜻하신 분이셨다. 연예인이시지만 직장생활을 오래 하셔서인지 일반인으로서의 감도 있고, 냉철한 분석을 직업으로 하셨던 것치고는 여러 노래에 살아있는 따뜻하면서도 슬프고 말랑말랑한 감수성도 살아 있는, 보기 드문 ‘보석 같은’ 분이셨다. 다소 비루했던(?!) PD 생활을 즐겁게 돌아보게 만드는 몇 안 되는 시절의 기억.

그렇지만 선배님, “그것만이 내 ‘바람’”입니다. (교정 원고 다시 수정하며 노래를 듣는 내 감상평 ㅋㅋㅋ)

***의식의 흐름으로 눈이 흐릿한 채 글을 쓰는 지금은 새벽2시 15분. 다음 노래로 넘어갔다. ‘잘 지내나요’가 나온다. ‘흐려지는 나의 두 눈을 어쩔 수가 없어요.’라니 너무 적절한 가사다. 김광진 선배님 말고 가수 김광진/ 작곡자 김광진 노래를 쭉 들으면서 힘내서 ‘흐려지는 나의 두 눈’을 좀 달래가며 일 좀 더 하다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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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 가고 싶다…

작년에 슬의생 1을 보면서 노래방에 너무 가고 싶어졌다. 회식 노래방 말고 고딩 친구들이랑 가는 노래방. 각자 노래 막 예약하고 (남 노래 안 듣고) 1절만 듣고 간주 점프하고 때로는 2절은 매정하게 끊는 그런 노래방.

노래방에 못 가본 지 어언… 미국에 온 지만 7년이니… 한 십 년은 됐겠구나.

얼마 전 박진영에 빙의해서 스텝을 밟던 이익준 (조정석 분) 덕에 생각난 박진영. 그리고 그 덕분에 생각난 (한때) JYP 소속 가수였던 임정희의 노래가 생각났다. 살짝 허스키하면서도 파워풀한 목소리도 멋지지만 레게 머리를 한 거리의 디바 이미지가 참 멋졌던 임정희. 1집 2집은 모든 노래를 다 흥얼거리며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들을 만큼 들었는데 그중에서도 애절한 ‘눈물이 안났어’(띄어쓰기 어떨… 눈물이 ‘안 났어’라고 해야;;;)가 참 좋았다. 아무래도 졸업하고 이래저래 언론사 시험 떨어지고 백수가 된 데다 다른 일들로 많이 힘들었을 때라 참 슬퍼서 더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안 났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알겠다고 했어~ 시간이 멈추고 심장도 멈췄어 모든 게 내겐 그냥 꿈만 같은 일이라서~~”

그래. 이 노래 많이 불렀더랬다. 그러고 보니 남 욕할 게 아니다. 그 남 욕이란…

그것보다 몇 년 전의 일이다. 앞에 말한 그 고딩(이자 초딩이자 동네) 친구들과 미팅을 했었다. 거기에 등장한 한 인물이 있었다. 검정 가죽 잠바를 입고 나와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던 남자애였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 금목걸이도 했다. (당시 비가 인기였다. 그러나 니가 비는 아니잖니!! 워워. 그래. 패션 취향 존중해 줘야지.) 하지만 그뿐이 아니었다. 노래방 가서 예약하는 노래들이… 전부… X-japan, 김경호, 임재범 노래. …게다가 하는 말은 또 얼마나 주옥 같으신지. 자기가 **대 **과인데, **과 여자애들한테 완전 욕 먹었단다. 예의상 이 악문 웃음을 짓고 왜 그러냐고 했더니… 자기네 과에도 여자애들 많은데 다른 과 애랑 CC를 해서 그랬다고. …하아. 정말 많이도 안 해본 미팅이지만… 진짜 최악이었다. 심지어 우리는 동네 친구들이라 핑크빛 기류를 띠던 주선자 빼고 다 같이 모여 그 미팅을 안주 삼아 2차로 술 마시고 있는데… 두 명에게 알쏭달쏭하게 연락했던 그. 아오. 겉멋이 들어도 세게 들어서 참…

아니다. 내가 왜 이 애절한 노래에 이 이야기를 떠올려서…

노래나 곱게 들어야지.

아아. 라이브로 듣고 존 박 멘트 들으니 더욱 더 노래방 가고 싶다.

이 의식의 흐름 글로 짐작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교정 원고가 또 일부 돌아왔다. 슬의생 2도 보고 싶지만… The Chair에는 산드라 오 이름도 성은 다르지만 지윤이라는데… 보다 만 지 오래인 그레이스 앤 프랭키도 있는데…

…일이나 하자. 눈물이 안 났어는 무슨… 요새는 가을도 아닌데 스치는 바람에도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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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가 던진 화두

아침에 남편이 머리를 감아야 할지 조언을 구했다. 어제 오후에 씻었으니 괜찮을 테지만 워낙 머리가 빨리 기름지는 편이니 다시 거울을 보고 직접 판단하라고 대답해줬다.

그 말을 들은 시아가 바로 물었다. 엄마, 엄마는 아빠가 머리도 빨리 기름져 지는데 왜 좋아해서 결혼을 한 거야?

마음 같아서는 “그러게” 한 마디로 끝내고 싶었지만, 진지 모드로 응수했다.

“시아야, 머리가 빨리 기름지는 게 좋은 일일 수도 있다? 왜냐면 기름진다고 생각하면 더 빨리빨리 꼬박꼬박 씻어서 더 깨끗해질 수 있잖아.”

뭔가 시원찮은지 떨떠름한 눈치다.

“그리고… 누구도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어. 그렇지만 모든 사람에게는 장점도 있거든. 단점도 있지만 또 장점을 열심히 생각해 주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을 좋아할 수 있어. 그리고 아빠도 장점이 많잖아. 그치?”

“응. 아빠는 love! 아빠는 사랑을 잘해 줘.”

…사랑을 잘하는 사람… 최곤데?

동네 친구이자 성당 후배,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던 사람과 뒤늦게 연애하고 결혼한 나로서는 아직도 가끔 신기할 때가 있다. 아니 내가, 정말 그 ***하던 사람이랑 결혼했다고? 뭐? 애도 낳았다고? (그 애가 벌써 학교를 갔다네? ㅋㅋ)

오랜 시간 알고 지낸 남편이 한 여러 말 중에 가장 고맙게 소중히 간직하는 말은 이거다.

“내가 누나를 아는 사람들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는 내가 누나를 제일 잘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이 정도의 말이었다. 나는 좀 특이한 애고, 여러 정체성이 뒤섞여 있어 그닥 연애하기에 적합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며, 짝사랑으로 점철된 비루한(아니 전무한) 연애사 때문에 누구를 쉽게 좋아하기도 이제는 지친다는 내 말에 한참을 생각하다 해준 답이었다.

누구나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어 하지만, 다른 문화권을 옮겨다니며 늘 이해받고 싶고 어딘가에 단단히 속하고 싶었던 내게 이 말은 참 단비 같은 이야기였다. ‘내가 세상에서 너를 제일 잘 알고 이해해줄 수 있어.’라는 말보다도 한계를 분명히 긋는 게 더 좋아 보였다. 허풍을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지치고 짜증이 나기도 했고, 이미 오래 보아온 남편에게 콩깍지가 쓰일 준비가 된 상태여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 말을 필두로 5년 연애가 시작됐다. 물론 ‘이해’를 잘 해준다고 늘 ‘공감’을 하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자기가 아는 사람들’로 한정한 것은 여러 의미에서 매우 ‘진실’된 이야기였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깜짝 놀라 뒤통수 맞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건 상대방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래도 남편에게 늘 고마운 것은, 내 이야기를 참 잘 들어준다는 점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를 때가 있어도 무시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일단은 차분히 들어준다는 게 남편의 으뜸가는 장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 얘기에 늘 수긍하거나 수긍하더라도 실천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일단은 판단을 배제하고 내 말을 들어주고 공감한다는 것.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얘기는 들어줘도 내 글은 안 읽어주지만. 흥쳇뿡. 얼마 전 이건 좀 읽어보라고 한 이야기도 안 읽어줘서 삐친 부인 씀. 미담인지 흉인지 이 글은 알쏭달쏭한 이 마음 그대로 남겨둔다. 그런데 언젠가 읽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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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Pool Party

It was hot today–a good day to spend at the pool. The air quality was not ideal, but it was nonetheless fun. It had been only nine days since the last time we went to the pool, but it sure felt much longer.

We haven’t been able to engage in any activities since we found out Sia’s class had a confirmed Covid case last Friday. I didn’t send her to school on Monday and Tuesday. The school’s guideline was for the close contacts to take two tests, five days apart. And as long as they took the test and didn’t show any symptoms, it was ok for them to go to school–even if the test results weren’t ready. I found that a little unreasonable. I mean, what if somebody who was symptomless tests positive after they came to school? Then the whole class will be close contacts, once again. Do we have to repeat it all over again?

Anyway, Sia’s second test result came out last night, and yay!!! It was negative. I wasn’t too worried, but still, it felt good.

So we celebrated the occasion with a pool party with Sia’s friend.

A friend can make an ordinary pool weekend so much more special!

That floatie is twice as old as Sia 😉

I am grateful that we were able to do this gettogether–this feels so luxurious in the current Covid era–and that no other student was found positive at Sia’s school. Please stay safe and well, y’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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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와 DOC BLUES

#1. 그제 산책을 하는데 시아가 갑자기 나한테 “자기야~~”라고 했다. 약간 짜증이 섞인 “아 쫌!”의 억양으로 나를 부르는 남편을 따라한 건데 갑자기 소름이… 와. 얘 연기하면 잘 하겠다… 남편도 깜짝 놀랐단다.

#2. 능청맞게 연기를 잘 하는 것 같지만, 거짓말은 그리 능숙하지가 않다. 거짓말을 하거나 터무니 없는 장난을 칠 때 짓는 특유의 표정이 있다. 코끝을 살짝 찡그리고 웃는, 일명 전도연 웃음 같이 코를 띵그리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은 “무아”라고 말하는 것처럼 벌린다. 어제 “거짓말 하지 마!”라고 말하는 내게 아니라고 대들다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시아 또 무아 무아~ 이러면서 웃고 있는데” 그러니까 걸렸다 싶었는지 순순히 시인했다.

#3. 학교에서 다른 친구들이나 선생님들 다 안 쓰는데 자기만 밖에서도 마스크를 쓰면 불공평하다고 징징대서 걱정했었다. 긴 시간 설득 끝에 결국 그렇게 하기로 약속한 다음부터는 수, 목, 금 다 바깥에서도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단다. 그리고 오늘, 수요일에 받았던 2차 검사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역시) 음성. 크게 걱정은 안 했어도 마음 한 켠이 내심 불안했는데, 야호! (오늘 줌으로 워크숍 듣고 있었는데 문자가 와서 바로 확인했는데 나도 모르게 함박 웃음을 지었다.)

#4. 그제는 수학 놀이를 하려고 앉았다. 얼마 전 선물 받은 장난감 동전/지폐 묶음으로 숫자 세기를 했다.

그런데 시아가 “엄마 동정 좀 줘.” 라고 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동정? 하하하. 그게 아니라 동전이야.”

“돈전?”

“아니 동전.”

“동전.. 아. 동정은 뭔데?”

“그건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럼 돈전은?”

“글쎄? 그런 말은 없을 걸?”

“아… 엄마, 돈전은 그러니까 동전의 친구야. 시아 한국말 친구는 다 돈전이라고 해. 돈전도 맞아.”

말이나 못하면… ㅋㅋㅋ

#5 시아가 학교에서 유치원 다닐 때에 비해 훨씬 일찍 오다 보니 자동으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뭐라도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조금씩 나와 공부/놀이/집안일을 하기로 했다. 그전에도 집안일이야 종종 시키긴 했는데 공부는 유치원 갔다오면 오히려 시간이 없어서 전혀 안 했었다. 그러나 루틴이 매우 중요하며 놀이독립을 하려면 부모와 함께하는 찐한 시간이 있어야 한다는 보경 님의 말을 새겨 듣고 시아와 함께 요새 조금씩 공부를 한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아직 제대로 된 루틴은 짜지 못 했지만, 학교 다녀와서 씻고 밥 먹고 좀 놀다 치우고 공부하고 시간에 맞춰 끝내면 티비를 조금 보여주는 걸 뼈대로 며칠 실천해 보았다. 시아는 엄마랑 공부하는 시간을 즐거워해줘서 다행이다. 그제는 시아의 요청으로 수학, 어제는 언어, 오늘은 다시 숫자 조금 하다가 미술놀이를 했다. 그래서 알아낸 사실!

$6. 왼손잡이인 줄 알았던 시아는 한 번도 뭐라고 한 적이 없는데 꼭 오른손으로만 글씨를 쓴다. “그래야 한단다.” 좀 안쓰럽다. 왼손잡이여서 그런지 오른손으로 글씨를 써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아래에서 위로 쓰는 걸 더 익숙해 한다. 좌우 분간도 잘 못해서 시아의 2는 5에 가까운 모양을 띤다. 3도 거꾸로 써서 대문자 E같이 쓴다. 4는 우산처럼 그리다가 요새는 좀 나은데 그것도 거꾸로 쓴다. 마치 거울에 비친 숫자처럼.

아래가 처음 쓴 거, 위가 연습한 거. 다시 잘 보라고 눈을 그려줬다. 입이 어디에 열려 있는지 잘 보라고 스마일 표시 눈을 그려줬더니 틀린 건 다 지가 눈을 그려 스마일을 완성한다. ㅎㅎㅎ
눈을 그려주는 게 좋았는지 계속 눈을 그려달라고 한다 ㅎㅎㅎ

#7. 남편 미팅이 늦게 끝나서 오늘 워크숍은 마루에서 시아 티비 보라고 틀어주고 시아 방에 와서 들어갔다. 보던 게 끝나자마자 자기 방에 왔으니까 자기도 워크숍을 같이 듣겠다고 한다. 자기 얼굴이 나오는 게 좋은지 자꾸 자기도 내 무릎에 올라와서 같이 듣겠다고 한다. 실랑이하다가 놓치느니 같이 듣자고 해서 그냥 같이 듣자고 하니 조금 있다 슬그머니 나간다. 밥 다 됐다고 먹으러 오라고 불렀는데 워크숍이 아직 안 끝났다니까 바로,

“그럼 배고프지 않아?” 이러더니 어느 새 조그만 스낵 통에 포도를 넣어서 갖다 준다.

사랑 주고 사랑 받는 (SBS? ㅋㅋㅋ 아 SBS는 기쁨이었나…) 스윗한 시아. ㅎㅎ

#8. 어젠가 그제, 갑자기 울적한 기분이 예고없이 들이닥쳤다. 남편도 나도 작은 것에까지 스트레스 받아서 약간 울상이 돼 있는데 갑자기 시아가 이 말을 했다. “사는 게 참 힘들지?” ㅋㅋㅋㅋㅋ 이것 역시 남편 말투 빙의. 진짜 얼마나 웃기던지… 그러면서 오랜만에 찾아 들었던 노래가 있다. 바로 DJ DOC의 DOC BLUES ㅎㅎㅎ “세상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내 인생은 왜 이렇지 눈물이 핑돌지~”로 시작하는 이 노래.

작년, 코로나블루와 ‘불혹’이라는 나이에 치여서 한껏 우울하고 커리어에 대한 조바심이 많이 났는데 지금은 그래도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아마도 일을 며칠 빡세게 하다 보니 아…일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구나…(혹은 안 해도 나쁘고 해도 나쁘다)를 깨달은 걸까.

시아와 지내는 일상도, 평온하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어느것 못지 않게 소중하다. 이렇게 ‘휘게HYGGE(‘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뜻으로도 확장된 따뜻함, 안락함, 아늑함을 가리키는 노르웨이 덴마크어. 위키피디아에 보니 2016년 콜린스 영어 단어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 2위에도 올랐다고 한다.)’를 즐기는 지금도 꽤 나쁘지 않군요. 이 역시 이번 코로나 소동이 준 교훈일지도 모르겠다. 위에 인용한 DOC BLUES 가사에 바로 이어지는 가사는 이거다. “따뜻할 때도 있지 추울 때도 있지~ 때론 울지 때론 웃지 그렇게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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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심가와 하여가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한동안 내 블로그에 징징거림의 원천이었던 그것. 그렇다. 눈이 빠져라 급하게 번역한 원고가 돌아왔다. 너무 급한 일정이라 편집자가 교정한 걸 바로 조판에 얹어서 돌려줬다.

그걸 교정하는 나의 심정은… 몸둘 바를 모르겠는 이 부끄러움.

“이 단어 선택 뭐니. 편집자 분이 한숨깨나 쉬셨겠구나. 아니 매의 눈이라며. 썩은 동태 눈깔을 달았나. 왜 그랬니 대체? 이거 누가 쓴 거니(나놈입니다). 휴.” …싶은 게 참 많구나.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편집자 님도 힘드셨던 건지 편집자 님의 실수도 꽤 보인다. (나만 틀린 건 아니라는 안도의 한숨. 갈 길이 멀다는 슬픔의 한숨.)

***

친구에게 내 한국어 감을 확인해 본다. (내 모국어는 대체 무엇…?!) 고마워 친구야.

친구가 칭찬도 해준다. “얼마나 고치고 고치면 이렇게 되냐?” (감상한다는 얘기랑 함께 했으니 잘했다는 말이었겠지? 갑자기 내가 맞게 이해한 건지 불안하지만… 칭찬 맞을 거야. ‘한국어 개인 과외 교사’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일컫는 친구에게 내 번역을 ‘감상’한다는 말을 들어 흐뭇하다.)

내가 답한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 요게 고치다 죽은 거구나 싶은 그런 느낌이다.

이 몸은 단심가를 재현하고 있으니 오랜만에 하여가나 들을까나. …광년이 모드 발동하여 의식의 흐름으로 이렇게 떼우는 오늘의 블로그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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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poonful of sugar for today

Mary Poppins so wisely sang, “A spoonful of sugar helps the medicine go down in a most delightful way.”

And today’s “sugar” is—well, apart the literal kind—this wallet that I received yesterday. It was a well-earned present for myself. I would be lying if the past few days have been “a really good day,” but today truly was. Sia was excited to go back to school. I was equally, if not more, happy. (What? A magic wallet? Lol)

Now, I will let this song to “move the job along.” Off I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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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랑왈랑 살랑살랑

마음이 왈랑댄다.

또, 길을 잃은 느낌.

그래서 걸었다. 점심 먹고 걷고 저녁 먹고 걸었다. 남편과 시아와 수다 떨며 동네 한 바퀴. 망설이던 것들을 실행에 옮기고 차분히 정리하기로 했다.

살랑살랑 바람이 불었다. 집 앞을 얼쩡거리는 검은 고양이를 보며 시아는 안타까워했다. “엄마는 고양이 무서워하는데 저 고양이는 괜찮아? 주인이 문을 닫았으면 어떡해. 불쌍해.”

길거리에 바퀴와 안장만 남아있는 자전거가 버려져 있었다. “우리가 저거 고쳐서 다시 갖다 놓을까?” 엄마 아빠는 그거 할 줄 모른다고 하니 시아 왈, 해보면 된단다. “음.. 안 그래도 될 거 같아.”라는 내 말에 자전거도 불쌍하다며 입을 삐쭉거린다.

재잘대는 시아와 함께한 저녁 산책 덕에 나도 신랑도 지쳐 있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두둥실 떠올랐다.

마음은 보사노바와는 거리가 멀지만, 문득 듣고 싶었던 조원선의 살랑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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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과 채찍

아침에 시아는 등교를 하려다가 말았다. 엄청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이어진다. 요 며칠,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급하강 회전하는 롤러코스터에 탄 느낌이다. 일단은 눈을 질끈 감는다. 이 고비를 지나면 또 즐길 만한 구간이 오겠지. 곧 내릴 수 있겠지.

잠자기 전, 꼭 같이 기도하고 싶다고 거듭 찾아오는 시아를 떨치지 못 했다. 시아 방으로 가 보니 심스 회의할 동안 시아를 씻겼던 남편이 일자로 뻗어 있다. 세상 해맑게 웃으면서 “엄마 이리 와~ 엄마 이리 와~~ 엄마 좋아~~~ 엄마 좋아~~”라고 달라붙는 시아를 얼싸안고 침대 맡에 앉는다.

“엄마는 최고로 멋진 요리사야! 어떻게 그렇게 맛있게 요리를 해?! 엄마 고마워~~~” 시아는 오늘 감사한 일이 “엄마가 고기 해준 거”란다. 이 칭찬 때문에 내가 한동안 빵이나 쿠키를 매일 만들다시피 했더랬다. 유치원에 데리러 갈 때마다 “엄마, 오늘은 무슨 빵 해놨어?”라고 물었지. 심지어 선생님도 시아가 유치원 와서 엄마가 빵 만들어줬다고 거듭 이야기했다고. …이 아이는 고수다.

사진은 당근과 채찍으로 엄마를 조련하는 만 5세 이시아 어린이가 반한 돼지갈비. 예전에 담가 둔 양파청과 생강청과 피클 국물에 간장과 참기름, 후추, 다진 마늘, 파, 양파를 섞어 재어 놓았다가 무쇠팬에 구웠다. 내가 만들어 놓고 이런 말 좀 그렇지만 맛.있.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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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ll good

I thought I wasn’t worried. Then again, maybe I was. I was so relieved the moment I saw the test results for Sia and myself. They were all negative. Hubby’s was too. We both let out a deep sigh checking out the results of the COVID test we took yesterday.

I know that this is not going to be the end of the story. After all, COVID has been and will likely be a part of our lives for a while, no matter how much we want to deny it. Yet we can’t suspend our lives indefinitely just because of COVID.

I have a feeling that this year will be another long year. But since the COVID vaccine for adults came out much sooner than before, I will keep my hopes up.

해맑고 즐겁게 노는 시아를 보면서 걱정을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검사 결과를 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 걱정이 됐구나. 결론은 셋 다 음성. 마음이 한결 놓인다. 당장 내일 학교를 보내야 할지 좀 걱정됐는데, 밝은 목소리로 통화했던 교장 선생님을 믿어보기로 했다. 시아처럼 다른 친구들도 다 마스크를 쓴 채 접촉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그래도 노파심에 밖에서 놀 때도 마스크를 쓰면 어떻겠냐고 했다가 또 “That’s not fair!! 선생님이랑 친구들 다 안 하는데 시아만 하는 건 공평하지가 않잖아!! 그런 얘긴 절대 안 들을 거야!” 공격을 받았다. 그래. 솔직히 엄마도 아직 조금만 하고 있어도 이렇게 답답한데 시아 너는 유치원 매일 다니느라 우리 집에서 마스크를 제일 오래, 제일 많이 썼지.

정답은 없으니 그 순간 우리의 상황에 최선의 선택을 하는 수밖에.

It’s all good. It’s going to be al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