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September

September

September is the month

That summer turns to fall.

Vacation time is over,

It’s back to school for all.

Even though I’m sad

How fast the summer ends,

I’m very glad that I have a chance

To meet new friends and make new friends.

Sia’s been reciting this poem for the past few days. I enjoyed it. This afternoon, on our way back home from soccer, I offered to learn it by heart. Even though the poem is short, it took me a 15-minute ride to fully memorize it. Surprisingly, Sia was patient the whole time. She didn’t mind when I missed something or couldn’t remember a line.

She just said, “I’ll repeat once more. You listen. OK?” And she would go again. And again. And again. She was very happy when I finally got the whole poem and suggested we let Daddy hear it and learn it too. (The first part was easy enough, but the latter, not so much. Daddy flatly refused: He was busy fixing dinner for us while we took a shower.)

Just before going to soccer, Sia and I had a row. It’s pretty much the same thing these days. She dawdles, and either my husband or I get mad. We tell her threateningly that we would be late at this pace and/or she wouldn’t get to do something because we are late, but she doesn’t mind. She takes her time. Usually my husband or I end up yelling. This is saying something, since my husband hardly yells. He yelled at me only twice or so, and I’ve known him since 1997. But at Sia, it’s more like twice a week, or even twice a day.

It’s the worst in the morning, but it’s not only the mornings. Take this afternoon, for instance. We were checking off her calendar for the days that we read together for more than 20 minutes. This is the one homework we got from her school. I told her that in five minutes we had to stop taking stock and get ready for soccer. She was mad at me for checking off a date because she wanted to do it all by herself. I told her that I was sorry, but all I wanted to do was to show her when the streak ended so that she could check off all the dates in between.

No use. She wouldn’t listen. She got all mad and hit me on the chest with her fist. I told her that we don’t hit other people even when we get mad. It’s ok to get mad, but it wasn’t ok to hit somebody else. At the end, Hubby ended up yelling at Sia. He told her that he would tell me to skip soccer and stay at home if she keeps it up like that. That seemed to do the trick, but not without shedding a few loud tears first.

Soccer was good, but eventful. There are four kindergarten girls, including Sia, in this casual “league.” A friend, whose husband loves soccer and volunteered to offer a soccer class for free, asked us whether Sia was interested, and we joined two weeks after the sessions started. This was our fourth session together, but the girls are not very close yet. They didn’t have enough time to bond outside the soccer practice.

Out of the four, three girls ended up getting upset and cried for one reason or another. (It must be the weather or something.) Sia didn’t so much cry, but started yelling when I engaged myself with the older brothers who were bored and getting in the way of the practice. She started yelling. “You’re Sia’s mom and not (his/their) mom! I am not going to allow you to play with anybody else. You’re mine!”

I said as calmly as I could, “First off, Sia, I’m not yours. And you’re not mine. You belong to you and I belong to myself.” Maybe this was not the best tactic to calm a jealous child. At least I added, “I’m sorry that you are upset, but Mommy can play with other kids too. It doesn’t change the fact that Mommy is your mommy and you’re my daughter, and that we love each other.”

This made Sia feel better, but she still wouldn’t let me play with the other kids. I didn’t want to interrupt the practice further, so I obliged. A little later, one of the boys I was playing with ended up crying partially because of this. I felt bad.

Today we had some play time at the playground after the soccer practice. Four soccer moms and six kids had twenty extra minutes. That seemed to have a calming effect on the kids. All the kids seemed much happier when we said goodbye. That may be the beauty of the kids. They forget easily and they engage and immerse themselves in whichever task at hand. A little play time, almost always, does the trick.

Everyday with Sia (still) seems like a challenge. And maybe, just maybe, that’s the beauty of life with a child. While I’m sure October will bring its own set of challenges, I’m glad that we were able to end September on a peaceful note with our own special recital in our car. I’m grateful that I have this to remember this September by.

0

사람은 밥심

며칠 동안 힘들고 고달팠던 나의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오늘 내가 준비한 메뉴는……바로바로!

메생이 굴국이다.

전에 불리고 얼려둔 잡곡을 전기밥솥에 안치고 해동해뒀던 메생이랑 굴로 국을 끓였다.

어제 사워도우 스타터와 아마씨가루, 헴프씨드, 부추, 호박, 당근으로 부쳐 먹고 남은 전반죽도 또 기름에 지글지글 부쳤다.

채소를 듬뿍 넣어 나름 건강식

메생이국을 처음 먹은 건 신입사원 때였다. 그것도 아마 하조대 일출을 본다고 극기훈련으로 도보를 하고 나서였던 것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사실 좀 당황했다. 아니 이게 대체 뭐지? 아주 가는 악성곱슬머리를 검붉은 초록으로 염색한 것 같아 보이는데? 그런데 한술 뜨고 나니 굴맛나는 시원한 국물과 함께 온몸이 뜨끈해지던 기억이 난다. 몇 시간을 계속 걸어서 온 몸이 쑤셨는데, 잠시나마 몸에 새로 활력이 돋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메생이 굴국은 그런 속을 풀어주는 시원한 맛이었다.

시아: 이게 뭐야? 미역국이야? 와아아!

나: 아 미역은 아니고 메생이라는 거야. 메생이굴국이야. 좀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

남편이 헐레벌떡 먹는다. 서울에서 처음 먹을 때는 대놓고 싫은 표정을 했던 것 같은데…? 시원하다며 두 그릇을 꽉 채워 먹었다.

나: (남편에게) 메생이국 원래 싫어하지 않았어?

남편: 자기랑 처음 먹어봤을 때는 비주얼이 좀 그래서… 그래도 그 다음부터는 잘 먹었을 걸?

나: 신랑이 좀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난 좋아하는데도 자주 끓이지 않았는데.

시아: 왜? 아빠가 진상 부렸어? 안 먹겠다고 막 울고불고 했어?

(나와 남편 아마도 한 마음으로 마음 속으로: 아빠가 너냐 이시아야….)

그렇다. 요새 이시아는 진상 시즌이다. 그래도 한참 후에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해. 말 안 듣고 엄마 때려서.”라는 말은 한다. 응대해줘야 하는 엄마로서는 버겁고 힘들고 고되지만, 한편으로는 분명한 의사표현과 자기 고집을 부리는 게 부럽기도 하다. 그래. 우유부단해서 결정 못하게 되는 것보다 이렇게 확실하게 의사표현을 하는 게 어쩌면 낫겠지. 라고 나를 위안하기도 한다. 한편 어떻게 훈육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하고.

그 단호박 이시아 양께서 요새 먹을 걸 좀 가리신다. 어제도 볶음밥을 해줬더니 밥알이 안 떨어져 있다면서 하나도 안 먹었다. 오히려 검정콩 삶아놓은 걸 밥 대신 먹었다.

시아는 잘 먹는 아이라고 주변의 부러움을 산다. 맞다. 안다. 그러나 잘 먹는 아이라고 해서 까다롭지 않은 건 아니다. 자기 취향에 맞는 건 물론 잘 먹지만 안 먹는다고 하는 것도 제법 많다. 다행히 오늘 메생이굴국은 “백이천삼십” 그릇도 먹을 수 있겠다고 했다. 결국 한 그릇만 먹었지만, 마음에 들었나 보다. 새로 지어 찰기가 돌던 잡곡밥도 맛있게 먹었다. 역시 남기긴 했지만. 확실히 양이 줄었고 조금 더 까다로워졌다. 그래도 이젠 억지로 먹이진 않는다. 배부르다고 확실히 의사를 표현하면, 아까워도 남기고 버리게 한다.

메생이 입에 질질 묻히고 좋다고 웃는다

이렇게 9월이 하릴없이 간다. 8월 중순부터 1달 반동안 킨더에 적응하느라 나도 시아도 (신랑도) 고달팠다. 10월이 되면 시아가 2시간 더 늦게 온다. 할렐루야!

밥도 먹고 오고 2시간 늦게 온다니!!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이어야 하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한없이 가라앉고 있다. 그나마 가라앉는 내 마음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고 있다. 명상까지는 못 해도, 들숨 날숨 정도는 짧게나마 한다. 밥심으로 살 궁리도 한다. 잠도 더 자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메생이굴국도 끓였다. 벌여놓은 일들을 추스리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이런 별 거 아닌 소소한 일들이 나를 견디게 해준다. 그래서 감사하다.

0

기억

기억이란 건 얼마나 왜곡되기 쉬운지.

그런가 하면 얼마나 사람을 좌지우지하는지.

좋은 기억력은 저주 같이 느껴지곤 했다.

남들에겐 이미 흔적도 없어진 기억들을 나 혼자 붙잡고 있을 때가 많았다.

넬의 노래 <기억을 ‘걷는’ 시간>이라는 제목이

기억 속을 두 발로 걷는 시간이자 기억을 걷(어내)는 시간이라는

이름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을 때,

이 노래의 가사가 또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미어지는 기억들을 걸으면서 걷어낼 수 있었다면.

그랬다면.

몇 번이고 함께 걸었을 텐데.

넬-기억을 걷는 시간

0

진심으로.

진정한 관계란 서로의 ‘기복’을 견디는 관계다라는 글을 보았다.

자신의, 서로의 기복을 인정하고 알아차리는 사람들이 더욱 많았으면 좋겠다.

서로가 경험하는 기복으로 서로를 낙인찍지 않고, 누구를 쉬이 내치지 않고 더 잘 끌어안는 사람들이 되면 좋겠다. 위 글을 쓰신 정지우 님도 말씀하시지만,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언젠가 자신이 될지도 모르는 그 기복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조금은 더 너그럽기를.

나를 포함하여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자신은 물론, 다른 이들의, 자신과 다른 이들 사이의 기복을 견디기 힘들 때,

그래도 그 기복 때문에 쉬이 무너지지 않기를.

그 동안 자신을 지켜준 사람들과 그 마음들을 기억하기를.

이 말들이 부디 가 닿기를.

오늘의 노래는 김윤아와 원슈타인의 진심으로 너를 위해 부르는 노래

0

착하게 살자

어제 집을 나서는 길이었다. 먼저 밖에 나갔던 시아가 갑자기 누군가에게 매우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 누군가 싶어 얼른 나가 보니 시아 유치원 친구였다. 응? 유치원 친구가 어떻게 여기 있지? 싶었는데 우리 윗집 분과 친구시라는 게 아닌가.

윗집 분과는 윗집 화장실 물 새는 거, 윗집 부엌에서 우리 천장으로 물 새는 거, 우리 화장실에서 그 집 차고로 물 새는 거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할 게 많았다. (주로 뭔가 많이 새 나가는 관계…-_-) 딱히 누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서로 맘이 좀 상할 뻔한 일들이었다. 그래도 좋게 좋게 잘 넘어가려고 애썼다. 가끔 빵을 구울 때면 몇 개 가져다 드리기도 하고, 아이가 태어났을 땐 시아 안 쓰는 장난감을 몇 개 챙겨 드리기도 했다.

대단한 무언가를 드린 것도 아니고, 뭔가 대가를 바란 건 더욱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과일이나 떡, 과자류를 주셔서 부담스러우실까 봐 어느 순간은 좀 덜 아는 척을 했다. 그래도 이웃사촌이고 한국 분이기도 해서 친해지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또 서로 집을 비운다거나 그럴 때 뭔가 부탁할 것들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랬는데… 시아 유치원 친구 엄마의 친구분이셨다니. 물론 그 친구도 아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참 신기했다.

얼마 전에는 친하진 않았지만 엘에이에서 건너 건너 알던 사람이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 산호세 와서 친하게 된 사람의 친구라는 걸 알게 됐다. 알게 된 계기도 인스타 아이디를 보니 특이한 이름이라 혹시 엘에이 살았었냐고 물어봤는데 맞다고 확인하게 된 거였다. 그걸 알아본 나보고 기억력 갑이라고… (그런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젠 뭐.ㅎㅎㅎㅎㅎ)

특이한 이름에 엘에이라고 하니 또 있다. 마침 시아랑 생일이 3주 차이 나던 한국애 집을 우연히 알게 됐었다. 그런데 엄마 성이 희귀성. 알고 보니 예전 교사회 같이 하던 선배 언니의 사촌동생이라는 것. 그 집 아빠는 나와 같은 대학 같은 학번. (하지만 본 기억은 없…)

산호세에서 친하게 지내는 지인도 내 친동생의 친구다. 한국마켓에서 그 친구가 나를 알아본 에피소드도 참 우습다. 덕분에 성당에도, 미취학 아동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에도 다시 나가게 되고 산호세 생활이 덕분에 풍성해졌다.

심플스텝스 웨비나에서 전혀 가깝지 않았던, 심지어 같은 반을 한 적도 없는 것 같은 초딩 동창을 알아보고 고민 끝에 아는 척을 했는데 지금은 서로 연락도 종종 하고 공동 프로젝트를 도모하고 있다.

이거 말고도 꽤 많은데 일단은 여기까지.

인생은 길고, 세상은 좁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착하게 살지 않을 수 없다. 새삼 또 깨닫는다. 착하게 살자.

0

Korean Tutor

I’m teaching Sia Korean

On Saturdays Sia has Korean school. The sessions are on Zoom. Someone has to supervise. (Hubby did it for today for three hours.)

Let me first tell you that it is not an easy task to teach your own child. I don’t really recommend it. Yet, there’s something rewarding.

For instance, I feel great when she writes my name and draws a heart next to it.

I hope Sia retains her Korean. I believe that language is the gateway to the culture. I would like Sia to be able to talk with my parents as freely as she does now.

0

파김치 금요일의 맥주 타임

어제는 모처럼 남편이 시간이 났다. 바소나 파크에서 하는 박소나 FC(박코치님 aka 보경님 남편분이 재능기부하시는 시아 축구 교실(?)를 온 가족이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서 예약해뒀던 책도 찾고, 근처 식당에서 외식도 했다. 2년쯤 전, 그곳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났다. 산호세에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첫 역서 작업으로 시아를 유치원에 보내고 낮 시간에는 혼자 도서관에 가서 일하고, 시아 픽업해서 저녁 먹이고 남편이 퇴근하면 바통 터치하고 근처 늦게까지 여는 버블티 집에서 노트북으로 작업하던 시기였다. 그때 꼭 한 번 같이 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멕시칸 레스토랑에 거의 2년만에 시아와 남편과 갔다.

나: 여기 너무 괜찮지? 나 여기 신랑이랑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야 오네.

시아: (볼멘 소리) 엄마, 시아랑은 안 오고 싶었어?

나: (앗차…) 아. 시아는 그때 멕시칸 음식 잘 안 먹을 때였잖아. 그래서 오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

시아: 아니야. 엄청 맛있어! 사워크림도 찍어먹어보니까 맛있다! 엄마 말 듣고 먹어보길 잘 했어.

남편: 그치? 전에 엄마가 바나나 빵에 사워크림 발라 먹어도 맛있다고 할 때 안 먹었던 거 기억나지?

시아: 어. 지금 엄청 후회해. 그때 먹었으면 얼마나 맛있었을까!

나: 지금부터라도 먹으면 되지. 그러니까 좀 싫을 것 같은 것도 한 번씩은 먹어보자? 알았지?

온 가족이 배불리 먹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산책을 했다. 하늘이 참 예뻤다.

LANY의 Pink Skies가 생각나는 하늘의 빛깔

어쩌다 보니 이번 주도 거의 매일 새벽 2시쯤에 잤다. 파김치가 된 게 무리도 아니다. 그래도 기분 좋은 노곤함이다. 알차게 살았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서다. 일단 집 나간 의욕을 찾았다. 가출한 지 좀 됐던 것 같은 뇌도 잡아왔다. 다시, 미뤄뒀던 생각을 진지하게 했다. 나를 찾아 떠나는 길. 아직 어슴푸레하지만 답이 보인다.

멀티트랙으로 한 3가지 정도를 굴리기로 한다. 바쁘지만, 살아 있는 이 느낌이. 참 좋.다.

지난 주였나? 그때만 해도 매일을 계획없이 살아서 너무 싫다고 했는데 자석 화이트보드 달력을 사고 다시 조금씩 계획을 쓰고 조금 더 짜임새 있게 살고 있다. 그렇게 된 것만으로도 좋다. 자석 화이트보드 달력이 좋아서 사업 아이템(?)도 생각해 봤다. 일정이 구글 캘린더나 ical과 싱크되는 디스플레이. 디지털로 입력할 수도 있고 애플펜슬 같은 펜으로 손글씨로 쓸 수도 있는. 하나는 사무실에 하나는 집에 놓아도 두 개 싱크로 빼먹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남편에게 이 아이디어를 말하니까… 요새는 핸드폰이 있는데 굳이 팔리겠냔다. …나 같은 애한테는 팔리지 않을까… ㅠ.ㅠ

그래. 나 같은 애. 어떤 앨까.

고1때부터 꾸준히 다이어리를 썼고 2009년부터부터 구글캘린더와 지금은 인포먼트라고 불리는 포켓 인포먼트를 비롯해 Calengoo, Tiny Calendar, Timepage, wunderlist, toodledo, Awesome Calendar, Fantastical 등의 캘린더/투두리스트 앱을 썼다. 내게 딱 맞는 캘린더 앱을 개발해 보고 싶을 정도로 마니아였다.

참고로 포켓 인포먼트는 구독 기반 유료결제로 바뀌면서 잘 안 쓰게 됐고 앱에 지출이 너무 큰 것 같아서 이제는 그냥 판타스티칼 위젯+포켓인포먼트로 정착했다. 판타스티칼은 월 구독료를 낼 만큼 필요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내 보기엔 이만한 앱이 없다. 유료앱 구매자라면 구독을 안 해도 아이폰 네이티브 캘린더에 연결해서 연동시킬 수도 있고. 아기자기하게 다이어리를 꾸미는 느낌을 조금 살릴 수 있는 어썸 캘린더를 좀 썼었는데 불편한 지점들이 꽤 보여서 다시 인포먼트로 돌아갔다. 아. 아예 노트필기앱을 써서 손으로 일정 관리하기도 하고요. 네, 앱등이입니다. 그리고… 기기+앱 좋아하는 문송한 덕후입니다;;; 나름 충성고객이기도 하다. 노션이나 원노트, 베어노트로 많은 사람들이 옮겨탄 이후에도 꿋꿋이 에버노트를 버리지 않는 프리미엄 유저다. (…쓰고 보니 왜? ㅋㅋ)

여튼, 삼천포에서 다시 목적지로 돌아오자. 그래. 나 이번 주 꽤 열심히 살았다. 그렇다. 자랑 중이다. 뿌듯한 마음으로 맥주를 마신다. 이번 주 처음 마시는 맥주다. 결기 자축행사는 여전히 못/안 했지만 어제의 식당과 오늘의 딥토크와 각자 할 일 하면서 식탁에서 같이 마시는 맥주로 넘어가기로 한다. 어제가 올해 100일 남았다는 날이었으니 이제 올해도 99일 남았겠다. 사실 그게 뭐 중요한가. 시간은 늘 쉬지 않고 흘러간다. 100일이건 99일이건 1일이건 하루는 변함없이 24시간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게는 24시간이 주어진다. 나는 그냥 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재미있게 살면 된다.

너무나 당연한 이 사실을 뼈저리게 알아챈다. 그것만으로도 이번 주는 충분하다. 파김치가 됐어도 즐겁기만 하다.

0

D-100일

오늘이 올해가 100일 남은 날이란다.

100일이면 2021년이 끝난다니. 올해 처음 세웠던 계획을 들여다 본다. 여태 뭐했니? 이렇게 자책하다가 아니야, 그래도 나름 많은 것을 이루었어. 동부 여행도 다녀오고, 시아 학교도 보내고, 공동번역이지만 책 번역도 했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100일이면!! 환웅을 낳은 웅녀가 호랑이와 동굴에 들어가 쑥과 마늘만 먹기로 한 게 100일, 실제로 사람이 되는 데는 21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질 않나. 뭔들 못하랴.

옛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잊고, 자신을 끌어내리는 나쁜 습관은 좋은 습관으로 덮어버리면 된다. <습관의 힘>이었나? 새로운 습관이 자리잡는데 21일이 걸린다고 했던 게? 100을 21로 나누니 4.7619가 나온다. 100일이면 아직도 좋은 습관을 4개 넘게 자리잡게 할 수 있는 시간이다.

Fake it till you make it!

100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오늘, 9월도 마지막 주가 다가온다.

문득 생각이 난 노래 두 곡 붙여 본다.

델리스파이스의 9월과 롤러코스터의 습관. 둘 다 참 좋아했던 노래다.

가는 9월과 함께 나쁜 습관과 바이바이하기를.

0

청소와 친절

모래가 밟히는 실외 수영장에서였다.

“엄마, 여기 우리집 같아. 자꾸 뭐가 발에 밟혀.”

뭐.라.고? 딸아, 우리집이 수영장 같은 게 아니고 수영장이 우리집 같다고? 너…너무한 거 아니니? 시아는 때론 쓸데없이 날카롭다. 유전의 힘이란 정말 무섭다. (절레절레)

…그래. 나 청소를 잘 안 하긴 한다. 집안일 우선순위에서 청소는 탑 5위에도 안 들어갈 거다. 내친 김에 따져 보니 내 경우엔 1위는 끼니 차리기, 2위 육아 및 시아 공부/놀이/뒤치닥꺼리 3위 설거지, 4위 빨래, 5위 장보기, 6위 행정 잡무/약속 잡기/대소사 챙기기 정도다. 청소 파트가 들어가면 아마 7위 정리정돈, 8위 청소 정도려나…?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인데 왜 시아의 이 말이 이렇게 억울했냐고? 바로 지난 주에 시아 바이올린 선생님 오셔서 그때 온종일 정리하고 청소했는데! 그러고 금요일에 시아 친구들 놀러오기 전에도 다 청소했는데! 토요일엔 나 홀로 집에 남아 이불 빨래도 돌렸는데?! 나도 해야할/ 하고 싶은 거 많은데 남편은 요새 집안일을 못/안 했는데…?! 이런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와서일 거다.

그게 어제였다.

수영장에서 돌아와 조금 젖은 맨발로 마루를 지나 오는데… 시아 말대로 작은 알갱이가 발바닥에 계속 달라붙었다. 할 말이 없었다. 그제였나? 밥 하다가 퀴노아를 쏟아버렸던 게 생각났다. 맞다. 그때 시아 데리러 간다고 대충 키친 타올로 수습만 하고 청소기를 돌리지 않았었지. 그 퀴노아 알갱이들이 우리 셋 발바닥으로 우리집 구석구석 여행하다 곳곳에 눌러붙었구나.

수요일인 오늘은 시아 바이올린 선생님이 오시는 날이다. 아무리 나라지만, “실외 수영장 바닥과 같다”는 말을 듣고 청소를 안할 수는 없다. 주말부터 아직까지도 못다 정리한 집안 꼴이 남에게 보일 만한 수준이 아니다. 아침부터 설거지와 청소를 시작한다. 아니, 정리 정돈부터 시작한다. 그래야지 청소를 할 수 있으니까.

오늘의 1차 목표인 시아 방을 먼저 집중 공략한다. 책상이 드디어 드러난다. 내친 김에 놀이독립 컨설팅에서 보경 님께 배운 대로 요새 잘 안 갖고 노는 것들을 안 보는 데 치워놓고 시아가 찾기 편하도록 자리를 만들어준다. 시아 방이 조금씩 자리를 갖춘다. 시아에게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려주고 이제 여기로 다시 갖다 놓자고 한다. 제자리 만들어주기와 제자리로 돌려놓기. 요새 시아에게 조금씩 가르쳐 주고는 있다. 허나… 아이는 부모의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배운다고 했다. …다시 한 번 다짐한다. 시아는 둘째치고 나나 잘하자. 안방의 빨래산과 번역/글쓰기 등등으로 어지러워진 내 책상이 나를 비웃는 것 같다. 이불 커버와 베개 커버 빨래 돌리고 건조도 하면 뭐하냐고요. 아직까지도 이불 커버를 씌우지도 못 했는데 말이죠. (그래도 베개는 다 씌웠다.)

청소를 하면서 에어팟 프로를 끼고 묵주기도도 드리고 (듣고), 오랜만에 해리포터 오디오북도 다시 듣는다. 벌써 4번째 듣는 건데, 듣고 또 들어도 좋다. 마음이 심란할 때 그냥 호그와트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는 거다.


What would Harry do? (What would Hermione do?)

지금 해리는 Triwizard Tournament를 하고 있다. 오늘의 과제는 물 속으로 들어가, 도비의 표현에 따르면 ‘소중한 위지’인 론을 찾아오는 것이다. 자신이 구해야 하는 사람만 구하고 바로 대회로 돌아가는 다른 챔피언들과는 다르게 초 챙과 헐마이오니(번역본은 헤르미온느려나?) 구하는 것도 도와주고 결국 그린딜로 공격을 받아 오지 못한 플뢰르 드라쿠르의 동생도 구해 오는 해리. 정해진 시간을 한참 넘긴 해리에게 론과 헐마이오니는 안타까워하며 또 ‘영웅 놀이’하다가 늦게 온 거냐고 타박한다. 덤블도어가 진짜 사람을 죽이기야 하겠냐고, 왜 또 모두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냐고.

시간 내 도착하지 못 했지만 Moral Fiber(도덕심)를 고려한 심사위원의 평가에 해리는 실격당하지 않고 무사히 통과한다. 실생활에서는… 과연… 어떨까?

어느 새 어정쩡한 어른이 돼 버린 나는… 이런 교과서적인 교훈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이상을 쉽게 버리지도 못하게 됐다. 이상이란, 믿는 사람만큼만 강한 거라고 아직은 (혹은 아직도) 믿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한겨레에서 읽은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당사자인 김쿵쾅 님의 이 글을 공유한다. “친절한 페미니즘은 가능할까요?” 늘 친절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되도록이면 친절하게 살고 싶다. (친절한 금자씨처럼? 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친절하게 오늘 회의 발표를 마친 남편에게 “으느른 슬그지 슨릉이 흐즐 스 읐즈?”라고 물어봐줬다. 이 글을 쓰고 너무 늦어진 결기 자축 행사나 가져볼까. 슬의생+맥주 고고? ㅎㅎ (이렇게 또 빨래산은 내일로…)

0

까칠한 프로카톡러

남편은 나를 프로카톡러라고 부른다.

개톡 단톡할 것 없이 창들을 여럿 두고 웬만하면 아이패드로 타자를 치며 대화하는 나를 (본인은 다소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볼 때는 매우) 한심하고 신기하게 보면서 하는 말이다.

그렇다. 나는 사실 그 누구 못지 않게 카톡을 좋아하는 편이다. 자타칭 이모티콘 만수르다.

그러나 나는 의외로 단톡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단톡에서 일부만 해당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싫다.
특히 그게 참여 인원 대다수가 한국에 있고 나 혼자 미국에 있는 경우는 조금 더 싫다.

내가 메시지와 알림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 그렇다. 알림을 꺼 놓을 때도 있지만 꺼놔도 크게 다르지 않도. 결국 나중에 봐야 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카톡이 짜증날 때도 많다. 내추럴 본(+사회적으로 학습된) 전형적인 방청객형 인간이라 그렇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대답이건 뭐건, 뭔가 반응을, 그것도 흡족하게 해줘야 할 것만 느낌적 느낌이랄까?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나는 오히려 속해 있는 단톡방이 꽤 많다. 단톡을 하다가 한 명이 그 대화 주제에 더는 해당되지 않는다 싶으면 새로운 단톡방을 파게 될 때가 있어서다. 처음에는 다 포함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주제가 달라진다 싶으면 방을 다시 만든다. 써프라이즈 파티 같이 당연히 당사자가 몰라야 하는 건 물론 그러지 않지만, 빠질 당사자에게 이 이야기를 계속해도 되는지 의견을 구할 때도 많다. 아마도 어렸을 때 겪었던 왕따(혹은 은따)의 기억 때문에 이렇게 됐겠지. 애정결핍 막내거나 즉답을 하지 않으면 난리가 나는 사람들을 근거리에서 많이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남편을 제외하거나 뭔가를 빨리 정해야 될 때를 빼고는 카톡에서 즉답을 구하는 편은 아닌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보다 보니 의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니까 나란 인간은 대학 때 아무도 제대로 안 듣는 전공필수과목의 모기 목소리 노교수님께 죄송해서 딴 짓을 하면서도 눈 마주쳐드리고 고개 주억거리며 수업 들어서 무려 A+를 받아 모두가 놀랐던 그런 사람이란 말이죠.)

남들보다 평균적으로 반응을 더 많이 갈구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나의 예민한 촉수를 더 쓰게 된다. 그래서 너무 피곤하다. 가끔 읽지 않은 메시지를 아무렇지 않게 남겨놓는 건 물론, 보이스톡/비디오톡을 아무렇지 않게 넘겨버리는 프로(안)읽씹러 남편이 부러울 때도 많다. (이분이 위너) 그러다 보니 요새는 내가 더 관여하지 않게 되는 단톡방을 나올 때도 많다. 신경을 너무 많이 쓰는 나를 알기 때문에 그럴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물론 사실 이것도 다 케바케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반응도 천양지차다. 얼마 전에 우리 집 가훈을 때와 장소, 상황을 고려하며 행동하자—줄여서 TPO로 정한 것도 그래서다. (**이 글을 쓰면서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본 결과, Urban Dictionary에 따르면 TPO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약어란다! 이럴 수가. 이건 재플리쉬였나… 뭐라고 해야 되지?) Time, place, and occasion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자. 영어로는 context로 그냥 퉁칠 수 있으려나? 모든 것에는 맥락이 중요하다. 번역에도 맥락이… -_-;; 아, 아닙니다. 아, 그러고 보니 한국어는 고맥락 언어라서 배우기 어렵다지. 아, 이것도 아닙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헛소리…그만하고 이제 본론으로…)

…그러니까 실은 이건 바쁜데도 불구하고 간만에 추석이라 마음 곱게 먹고 전화를 드리기 전에 받아서 죄송한 마음에 다시 전화 드리고 시댁 단톡에 근황도 올리고 시아 포함 가족 사진도 올렸는데 띄엄띄엄이긴 하지만 두 시간째 여기서 약속 잡고 계신 아버님과 언니(형님) 때문에 쓰는 글이다.

하긴… 그러니까 내가 예전에 시아 신생아 때 시댁 전체톡을 나왔었지. 다른 일도 있긴 했지만, (시차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계속 울려대는 알람 때문이 제일 컸다. 꼭 시차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수유량, 간격, 배변 활동 등을 앱으로 기록하느라 전화기는 낮이고 밤이고 새벽이고 손에 달고 사는데 메시지는 계속 쌓여가고 온갖 사진과 이야기에 격하게 반응을 바라는 (아버님의) 마음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었지.

나는 대체 왜 이것이 거슬리는가. 친한 친구들이 단톡방에서 자기네끼리 약속 잡을 때는 그냥 나도 가서 술 마시고 싶다… 혹은 너네끼리 얘기해라고 말하면 그만인데, 이 단톡방에서는 뭔가 내가 자진해서 ‘을’의 입장으로 대화를 숨죽이며 바라봐서 그런 건가? (그렇다고 제가 “아버님, 형님, 여기서 이러시지 말고 따로 개인 카톡으로 약속 잡으세요.”라고 할 만큼 덜 사회화된/되바라진/간 큰 인간은 아닙니다만…)

뭐 그래도 오늘은 분노까진 아니다. (분노는… 이미…?! 예전에 몇 차례 폭풍처럼 휩쓸고 갔다ㅋㅋ) 다만 한숨이 좀 나올 뿐.

그나마 이제 일정이 확정되서 다행이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좀 쓰고 싶은 마음을 꾹 참았다. 이 와중에 5명 중 2명은 약속 잡고 있고 나머지 2는 안 읽음으로 표시돼 있는데 안 그래도 프로읽씹러 남편은 자고 있고 마침 어머님도 또 호쾌하신 프로읽씹러. 아. 까칠한 프로카톡러는 오늘도 웁니다.

사실 누굴 탓하겠는가. 결국 쿨하게 (씹지) 못하고 이런저런 거 넘기지 못하는 내 탓이지. 그러고 보면 나, 프로카톡러에 이어 프로불편러이기도 하군. 그래.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그러고 보니 미사도 좀 드려야…)

짜증은 났지만, 오늘치 글을 금세 써서 좋다.

언젠가 마스터클래스에서 데이비드 세다리스가 글을 쓰면서 창피하거나 짜증나거나 화가 나거나 슬픈 일들도 글감이 된다고 생각하면 잘 넘길 수 있게 되는 게 제일 좋다고 한 게 생각난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연회원 결제만 해놓고 안 듣고 있… 흑. 정신 차리자.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오늘도 글 하나를 썼다. 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