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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게요.

이 블로그를 다시 살리고 매일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 지 570일이 됐다.

꾸역꾸역 쓴다고 썼지만,
이제는 좀 쉬어갈 때가 된 것 같다.

매일 (무리하게) 글을 올리느라 제대로 되지 못한 글을 올린다는 스트레스가 클까 아니면 하루마다 올린다는 압박이 없으면 그냥 마냥 늘어질 것만 같은 불안한 마음이 클까.

오히려 정말 써야 할 글들을 못 쓰고
도저히 글에만 시간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글을 써 올렸는데… 이제는 정말 쉬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여태 쓴 글들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제대로 정리해서 잘 보여주자고 생각한 글이라기보다는
내 마음을 쏟아낸 글들에 가까웠다.


그래도 아, 이걸 이렇게 발전시키면 되겠다. 라는 글감들도 몇 개 얻었고, 글쓰기 근육도 키웠다.
괜찮다. 이제는 좀 쉬어야지.
이제는 꼭 1일 1글쓰기에 얽매이지 않아도 어쨌든 글쓰기를 계속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이제는.
성시경 님의 달달한 목소리로 ‘쉬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2qGtVQ3VNyM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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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ing stock

“If you are distressed by anything external, the pain is not due to the thing itself, but to your estimate of it; and this you have the power to revoke at any moment.”

Marcus Aurelius

I’ve been pondering this quote for a few months. It feels so true at times, and at others so empty.

I need to do my best to change what I can, but also realize that I am only human, and that there are things beyond my control. Like the Serenity pr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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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실물 영접

‘외’에 들어가는 1인으로 오늘 드디어 벽돌책 실물을 받아서 참 기쁘다.

출간은 오래 전이었지만, 책을 받은 기념으로 뒤늦게 카톡 프사를 바꿔 보았더니

타주에 있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따뜻한 말에 살짝 눈물이 핑.

인류의 미래는 과연…? 요새 이것저것 읽어보면, 결국은 본질을 잘 파악해 보고, 질문을 잘 던지는 게 답인 것 같다. 그리고 연결과 연대의 힘도. 인류가 공동 운명체라는 걸 생각하게 했던 웅장한 이 책… 어느덧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데 이제 번역자 말고 독자의 입장으로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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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죠?

오늘이 남편 생일이다. 어제 시아랑 요 근처 괜찮은 케이크집이라는 곳으로 가 봤다. 부띠끄 베이커리 카페라더니 인테리어부터 대리석과 로코코 풍의 장식이 예사롭지 않았다. 역시… 내 손바닥 세 개 조금 안 되는 정도 사이즈의 데일리 케이크가 66달러… 음. 그것도 종류가 딱 3가지 남아 있었다. 초코무스, 석류 치즈 케이크, 티라미수. 기왕 비싼 케이크를 살 거면 본인 맘에 쏙 드는 걸 고르라고 해주고 싶어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자조치종을 설명하니 그냥 오란다. 며칠 전 미리 생일파티를 하며 사왔던 다른 일본 빵집 케이크(6인치 생크림 케이크에 22달러)를 먹거나 아니면 조각 케이크를 두 개 사왔던 다른 빵집에서 케이크나 피칸 파이를 사줘도 좋단다. 일단 알았다고 하고 끊는다.

빵집 근처에 달러 스토어(우리 식으로 하면 다이소?)로 간다. 카드를 고르고 생일 초를 골랐다. 시아 알파벳 스티커도 집고 이제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시아가 꽃 모양 풍선을 가리킨다.

“엄마, 아빠 생일이니까 풍선 사주자.”

“아빠 꽃 모양 풍선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은데?”

“음. 그래도. 그러면 저 옆에 하트는 어때?”

“아빠는 풍선 없어도 될 거 같아.”

“아 왜. 우리가 아빠 사랑한다는 걸 알게 하트 사주자, 응?”

왜 이 말에 내가 뭉클한지. 하긴 좀 애틋한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는 아빠인데. (그런데… 왜 그렇게 휘어 감기는 건 나한테… 아빠가 너무 좋으니까 아빠 좀 편하라고 그러는 거니…?)

계속 비밀이라고 하다가 엄마보다 아빠가 (쪼끔) 더 좋다는 말을 털어놓은 우리 딸. 아빠 생일에 케이크를 꼭 해야 한다는 둥, 서프라이즈를 해야 한다는 둥 1월 초부터 우리 아빠 생일 1월 20일이라고 동네방네 광고를 하더니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빠 케이크 사왔냐고 그런다. (아니 저기 딸아. 어제 나랑 같이 갔다가 안 사왔던 거 잘 알잖니… 엄마가 한밤중이나 새벽에 사오지 않았음 없는 거지…)

그렇게 해서 사온 케이크는 결국 22달러짜리 생크림 케이크. 그래도 크기는 작고 가격은 착하지만, 미국 와서 먹어본 생크림 케이크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한 케이크다. (제가 제빵을 괜히 시작한 게 아니랍니다…? 그래도 생크림 케이크는 딱 한 번밖에 안 만들어봤지만)

여튼, 신랑님 생일 축하합니다. 하트 풍선 없어도 안 그래도 알고 있죠? 시아와 (내)가 사랑한다는 거?

(왜 글이 날아갔을까나… 일단 사진 다시 올려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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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능력…?

“수면이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 사람의 ‘능력’ 입니다. 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여성의 불면증 유병률이 남성의 1.5배라고 봅니다. 그만큼 여성이 남성보다 휴식을 취하기 어렵고,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원래 애는 엄마 갈아넣어 키운다? 여성의 불면, 수면 위로 올릴 때”에서 본 문장이었다. 수면조차 ‘능력’으로 치환하는 문장이 서글프다가도, 실제로 삶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싶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꿈도 많이 꾸고 잠귀도 예민하다. 깊이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수면 시간이 담보되어야만 한다.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새벽 1시 전에 자기인데 여태 한 두어 번 정도 지켰으려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 있기에 아마 당분간은 계속 지키기 힘들 것 같다. 늦게 자서인지 이런저런 시름이 많아서인지 요새는 더 잠을 잘 자기 힘들다.

“”육아는 육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행위에요. 저만해도 머릿 속에 여러 개의 서랍을 만들어요. 아이에게 뭐가 필요한지, 교체해야 하는 생필품은 없는지, 빨리 해치워야 집안일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생각해요. 마치관리자처럼요. 잠들기 위해서는 잡념을 멈춰야 하는데, 생각할 거리가 끝없이 생겨나는 거죠.” ‘엄마는 잠을 희생하더라도 아이를 돌봐야 한다 사회적 압력(사회), 출산 자체가 몰고오는 내면의 변화(심리) 종합적으로 작용해 여성의 밤을 길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여러 개의 서랍으로 내 삶을 나누는 행위는, 축복이자 저주 같다. 그렇게 나누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나뉜 내 조각들이 어느 순간 산산이 흩어질 것 같기도 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혼자 와인을 마시고 그나마 일찍 곯아 떨어졌다. 딸이 우리 방으로 넘어와 엎치락뒤치락, 악몽 꾸고 울기, 잠꼬대, (남편과) 이불 갖고 싸우기, 몸에 엉겨붙기, 팔 베고 자기 등으로 특별히 더 잠을 설쳤다. 그래서 오늘은 딸을 보내고 열 일 제쳐두고 잠시 명상을 하다(라고 하기엔 틀어놓고 스르르) 아침잠을 잤다. 남편은 일하고 아이는 학교에 가 있어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나의 꿀잠 시간…

길고 어두운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건, 그런 사소한 달콤한 순간들이다. 그런 달콤함을 모은 서랍에 기대 하루를 버틴다. 다음 네이버를 오가며 웹툰을 보며 킬킬댄다든가 벌써 세 번째로 해리포터 오디오북을 듣는다든가. 오래 전 보다 만 모던패밀리를 보며 설거지를 한다든가. (이모티콘도 살까 싶었는데 알게 모르게 승인 거부 받은 앙금이 남았는지(?) 아님 이제 정말 한계치인지 이번엔 사지 않았다.)

됐고… 오늘은 좀 일찍 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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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 비빔면

차돌박이에 내가 좋아하는 서니사이드업 계란후라이까지 올린 비빔면. 바쁘고 정신없고 힘들다는 세 박자에 엉켜 휘청대는 나를 위해 남편이 해준 점심에 눈물이 핑 돌았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은 남이 해준 밥이라고 한다.

오늘 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을 먹었다.

그래. 기운을 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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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위로

어제 힘겨운 하루 끝 나를 위로했던 구운 주먹밥. 명란크림우동이랑 다른 우동도 맛있었는데 이게 제일 맛있었다.

이걸 집에서 어떻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내 말에 남편이 손을 휘젓는다. 아서. 맛있는 걸 꼭 집에서 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

그래서 오늘은 그냥 주먹밥만 했다. (굽진 않았단 이야기) 사다놓은 후리카게가 없어서 참깨, 헴프시드, 양파 플레이크, 참기름, 조미김 자른 것 등등 섞어 조물조물조물.

요샌 정말 먹기 위해 사는 듯…? 누텔라가 집에 없으니 망정이지… 하루를 견디기 위해 밥 숟가락 들고 퍼먹을 판이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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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교육에 집착하는 당신께

산호세는 교육열이 강남 못지않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듣는다.

귀가 얇아서 오늘도 살랑대지만, 일단 시아보다는 나를 중심에 두기로 매일 다짐’은’ 한다.

그러기 위해 퍼오는 다음 기사.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103&oid=021&aid=0002489158&fbclid=IwAR0chr0jcLpNYSLZDYnSzJtG0lL58I2EhjDaa5wPp4dbcR4bMjBvImA_j1c

그중 와닿았던 부분은…

“환자들에게 욕구(need)와 욕망(desire)을 구별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욕구’는 기본적 의식주처럼 생명체로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을 추구하는 감정이다. 반면 ‘욕망’은 ‘먹고 살 만한’ 생명체가 ‘이왕이면 더 좋은 걸 갖고 싶고, 더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욕구와 욕망이 한 덩어리가 돼 있으면 욕망을 추구하다 실패할 경우 ‘0’이 돼버린 듯한 두려움에 빠진다. 하지만 욕망을 ‘플러스 알파’라고 생각하면 실패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다.”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선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보다 상황에 따라 ‘오픈 마인드’로 대응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흔히 바둑을 둘 때 ‘다섯 수 앞을 내다본다’는 말을 한다”며 “변하지 않는 환경에서 정해진 규칙대로만 진행되는 바둑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라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세상에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건 위험한 ‘초이스’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큰 방향성만 정해놓고, 멀지 않은 앞으로의 석 달 혹은 1년 정도의 시간 안에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지 생각하면 집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하 교수는 틈날 때마다 가까운 공원에 가서 음악을 들으며 ‘30분’ 정도 ‘빨리’ 걸어보라고 권한다. ‘좋아하는 음악’은 친숙한 감정으로 긴장을 풀어주고, ‘속보(速步)’라는 목적 있는 걷기는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음악과 함께 산책에 집중하면 어느 순간 ‘사유의 wandering(정처 없는 방랑)’이 일어납니다. 복잡한 생각이 ‘리셋’되며 앞날을 새로 기획하는 즐거운 통찰이 솟아나는 겁니다.”

‘플러스 알파’의 욕망…과 오픈마인드, 그리고 30분 속보.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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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간여행

반가운 소식이다. 서울에 보낸 머리칼이 잘 배달됐다고 재희 언니가 인증샷을 보내줬다. 그것도 하늬 용돈으로 부쳤다고. 훈훈하다.

세 번째 기부다. 머릴 이렇게 짧게 자른 건 또 처음이다. 목덜미가 춥다.

중학교 1학년 때 머리가 꼭 이랬는데… 교칙은 귀밑 3센치였는데 우리 반은 귀밑 1센치 정도라고 못박았던 폭군 담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를 페북의 다른 친구 담벼락에서 마주쳤다. 추억은 방울방울.

짧아진 머리에, 오래 전 친구, 게다가 요새 주변에 회상에 담뿍 젖은 사람이 있어서 나도 덩달아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다. 미화된 혹은 상처로 얼룩진 과거에서 빠져나와 시시각각 과거가 되고 있는 오늘로 제대로 돌아와 오늘을 또 잘 살아내야지.

그런 의미에서 기억하고 싶었던 오늘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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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하는 말

끝내 말하지 못하는 말들이 가는 나라가 있대.

그 나라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다나 봐. 말들의 눈물이 고여 만들어진 호수라 소금기가 있대. 지독하리만치 소금의 농도가 높아져 생명이 들어서지 못하는 곳.

바람이 불면 가끔 그곳에선 나즈막한 노래 소리가 들려. 아, 지금도 들린다. 한 번 들어봐.

넬-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