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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핼러윈데이(표준어)를 맞이하여 트릭 오어 트리트를 다녀온 새너제이(표준어) 주민. -_-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하지 못하던 그 슬픈(?) 기억이 생각나 그냥 할로윈과 산호세로 할란다.) 이곳 토박이인 시아 친구 아빠의 추천으로 할로윈과 크리스마스 장식에 진심이라는 동네로 다녀왔다.

장식 클라스 좀 보소…
장식에 진심… (나중에 보니 이런 집도 보통…!) 집도 특이하고 예뻐서 찰칵.
이 정도는 돼야… ㅎㅎㅎ 여기보다 더한 곳도 많았다.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이 엄청 많을 텐데 친절하기도 하지

마당에 나와서 피자나 햄버거를 먹으면서 나눠주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친구를 초대한 건지 자기네끼리 와인 마시고 파티하면서 옆에 부스에서 사탕을 나눠주는 사람들도 있었다. 가족 단위로 모두 복장을 맞춰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마당을 정성스레 꾸미고 기꺼이 사탕을 나눠주는 사람들도 참 즐거워 보였다.

시아는 미니언, 나는 오늘도 해리포터 가운을 둘렀고, 남편은… 집에 있는 다른 거 뭐 입으라고 했더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거절했다. 그러다가 뭐 입고 온 게 ***나온 *** 옷차림이라고 우기는 게 아닌가. 나도 세상에서 제일 곤란한 표정으로 얼버무리며 화답했다. 내년엔 다시 우겨서 뭔가 같이 맞춰서 분장할 수 있으려나.

어린 아이들의 축제였지만 나도 덩달아 재미있었다. 좀 귀찮을지는 모르지만 뭔가 이벤트를 만들고 거기에 진심으로 노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진심으로 노는 사람들. 아이들에게 기꺼이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 이런 게 미국 생활의 장점이겠지. (어른들로서는 그닥…이라는 함정이 있지만)

근처 식당에서 밥 먹고 돌아와 시아 후다닥 씻기고 자리에 앉으니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밤. 2021년도 많이 안 남았고, 여러 가지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갑자기 할로윈을 시끌벅적하게 즐기는 모습이 좋아서 꼭 이태원에 가게를 내고 싶었다고 했던 이태원 클라쓰(웹툰)의 박새로이가 생각난다. 인생을 걸고 원칙을 지켰던 박새로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다시 어려운 질문들이 맴맴 돈다.

답은… 모르겠다. 지금을 충분히 충실히 살면 되는 거 아닌가. 애초에 답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내가 지금 어떤 질문을 하면서 사는지가 더 중요한 지도 모르고.

예전에 단골로 선곡했던 노래가 갑자기 듣고 싶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바로 그 노래. 이용 님의 원곡이지만 다른 버전으로 들어보는 잊혀진 계절. 10월에 유독 많이 선곡했던 이 노래를 아이유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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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oween Parties

Sia knows what she likes. This year she chose to be a Minion.

Sia’s class had a Halloween party on the school playground on Friday. The room parents had organized this event and invited the entire class. Thanks to them, quite a few families came out and enjoyed the afternoon. The kids played games and got treats.

It was fun for adults too. Not many adults dressed up, but there were Totoro, Care Bear, Harry Potter (that would be me), and a Spider Man couple. It was a perfect opportunity to meet the parents and engage in small talks. I was very grateful for that.

Sia was quite into it.

On Monday, we went to a small Halloween gathering. Sia chose to be Superman, same as last year. The host had prepared a whole set of activities: reading a book called Ten Timid Ghosts and a scavenger hunt of ghosts. Then the kids who answered the quiz correctly got to draw on the ghosts. Tge kids were fascinated.

All these Halloween celebrations reminded me of the first (and perhaps last) time our whole family dressed up in matching costumes. It was for Sia’s daycare Halloween Party, four years ago.

Meet the Bumble Bees 🙂

Today we had lunch with my cousin’s family, and I finally got to see my uncle and aunt, who came to visit their daughter. Tomorrow we are going trick-or-treating with Sia’s friends. All in all, this Halloween weekend is packed with events, and I am grateful for that.

Happy Hallo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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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인터넷 탓

Xfinity 와이파이가 끊겼다. Verizon lte도 엄청 느리다. 시아네 반 할로윈 파티에 다녀와서 즐거웠던 마음이 인터넷으로 구겨진다.

시아 미니언 옷 입은 사진도 올리고 몇 년 전 꿀벌 가족으로 맞춰 입은 사진도 올렸는데 다 안 올라간다 흥!

글도 다 썼는데 사진 때문에 안 올라가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카톡도 안 되는군. 흥쳇뿡.

어쩔 수 없이(?) 오프라인 친구(=남편)랑 술 마셔야겠다.

그래. 그래서… 뱅쇼를 만들고 있다고요. 따끈하게 마시고 자야겠당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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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밤+

어반자카파의 노래처럼 누가 나 좀 어디로 데려가줬으면, 싶은 목요일 밤.

아아… 노래방!!! 은 무슨, 목이나 좀 안 아팠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월요일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아 학교 왕복으로 걸었다. 월요일부터 어제까지 다 만 보 넘겼다. 누가 나를 데려가긴 어딜 데려가겠니… 아니 간다고 해도 자는 시아 두고 어딜 가겠니… 그냥 밖에 나가서 좀 걷기나 할까나.

그렇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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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말잇기와 걷기

시아가 끝말잇기에 꽂혔다.

바로 어제, 남편과 시아랑 아침 학교 가는 길에도 끝말잇기를 했다.

‘추억’이라고 말을 하길래, 추억? 이렇게 되물었더니, 바로 대답한다. ”어, 잊어버리지 않고 잘 기억하는 걸 추억이라고 하는 거야.” 정도의 말이었다. 바로 어제 일인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순간의 깜짝 놀랐던 그 느낌만이 남아있다.

오늘은 남편이 아침 일찍 회사에 가야 해서 하교길에 걸었다. 그냥 잘 넘어갈 것만 같던 감기 기운이 다시 좀 오는 것 같아 열 일 제치고 누워 있다가 나가려니 너무 가기 싫었다. 그래도 약속을 했으니까, 하기 싫은 거라도 함께 계획하고 약속한 걸 지키는 모습을 시아에게 보여줘야 될 것 같아 꾸역꾸역 밖으로 나갔다. 비가 오고 나서부터 몽글몽글 예쁘던 구름이 오늘도 어김없이 반겨주었다. 기분이 좋아졌다. 사실 안 좋아졌다고 해도 어쩔 수 없었다. 시아는 데리러 가야 되니까. (내가 안 가면 아무도 안 가니까…?)

돌아오는 길, 햇볕 때문인지, 학교를 마치고 지쳐서인지 시아는 길목에 있는 벤치와 돌담에 계속 앉았다. 3번째 휴식 시간이 끝난 후, 벤치에서 일어나며 우리 이제 힘내서 얼른 집에 가서 간식 먹자고 했다. 시아는 곰곰 생각하더니 다시 끝말잇기를 하며 걷자고 했다.

무슨 단어들이 나왔더라…? 기후, 후추가 기억나고, 내가 고민,이라고 하니 ‘민하 언니!’라고 해맑게 외치던 것만 생각이 나네. 민하 다음에 하에는 뭐라고 했더라?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 단어인데, 오늘도 역시 시아가 알까 싶었던 단어를 말했다. 그게 뭔지 물어봤더니 제법 그럴듯하게 설명했다. 설명하는 시아가 대단하기도 하고, 같이 걸으며 끝말잇기를 하는 그 찰나를 기록해두고 싶었다. 애플워치 녹음기를 틀고 다시 한 번만 말해달라고 했다.

“…한 번만 알려달라며! 왜 또 물어보는 거야?!”

“아니. 시아야. 한 번만 더 말해주면 안 돼? 엄마도 너 뭐 물어보면 다시 말해주잖아.”

“아니. 한 번만이라고 했고 한 번 말해줬잖아! 엄마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그래. 알았어. 그럼 가자.”

우리 이버럭양. 세상 다정하다가도 저렇게 급발진하는 시아를 보면… 생각도, 고민도 많아진다.

…그래. 잊지 말자. 저 아이는 5살. 전두엽이 제대로 발달하려면 멀었다. 씁씁후후. 단어는 많이 알지만 감정 조절은 아직 한참 남았다고 했었지. …그래도 자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채는 게 어디냐. 짜증나게 물어본 말 또 물어보지 말자. …

조금 더 걷다가 또 앉는다. 안 그래도 음료수를 많이 마신다 싶었더니 갑자기 화장실에 가야 된다고 울상이다. 집 근처 웬디스에 들어간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뭐라도 사고 나야 될 것 같아 메뉴를 한참 보다가 진열돼 있는 쿠키 중 하나를 고르라고 시아에게 말했다. 쿠키 하나 달라고 하니까, “Just this? 이것만 드려요?”라고 하더니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힘들었던 마음에 당도가 차오른다.

집에 가서 쿠키 먹자고 덕분에 둘이 힘내서 신나게 돌아왔다. …로 끝이 나면 참 훈훈할 텐데, 동화에서는 모두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지만,’ 삶은, 그러니까 현생은, 끝이 없다.

내 손바닥보다 더 큰 쿠키를 혼자 먹겠다고 한다. 미국 과자는 워낙 달다. 저 큰 걸 다 먹어도 되는지 걱정도 되고, 맛도 궁금해서 엄마 조금만 먹어보자고 했다. 내 손가락 한 마디보다도 더 작게 쿠키 끝을 조금 떼어 먹었다. 그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No!!!!!!!” 엄마가 자기 말을 안 들었다고 울고불고 난리다. 알고 보니 나한테 안 된다고 말로 한 건 아니고 고개를 흔들었다고 한다. 물론 본인의 의사 표시를 뚜렷이 했는데 내가 그걸 제대로 보지 못하고 나 좋을대로 해버린 건 잘못이니 일단 미안하다고 수긍했다. 누가 보면 엄마 잃어버린 것 아닐까 싶게 서럽게 울어대는 시아를 일단 안아준다.

자기가 열심히 동그랗게 갉아 먹고 있는 건데(I was working so hard!!)엄마가 자기를 ‘존중respect’하지 않았다고 소리를 지른다. (정말 그노무 존중… 노이로제 걸릴 거 같지만… 자기가 당연히 존중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걸 기쁘게 받아들이기로….생각은 해 본다.)

니가 모양을 만들면서 먹고 있던 건 몰랐다, 미안하다. 조금 더 작게 원을 만들면 안 되냐, 존중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요만큼도 나눠 먹지 못한다고 한다니 속상하다, 고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울며불며 씩씩대더니 급기야 나를 할퀴고 때린다. 욱,하고 뭔가 올라오지만 참을인 자 대신 쟨 다섯살, 난 마흔 한살, 쟨 다섯 살, 난 마흔 한 살을 주문처럼 왼다.

조금 진정된 시아에게 다시 이야기를 한다. 네가 존중받고 싶으면 남도 존중해야 한다고. 화가 날 수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지만, 폭력을 써서는 안 된다고. 폭력을 쓰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건 아니라고. 지금 네가 한 것처럼 엄마도 너가 말을 안 듣는다고 너를 때리면 좋겠냐고 물으니 고개를 젓는다. 시아도 힘이 세지만, 엄마가 너보다 힘이 더 센 건 알지? 라며 살짝 으름장도 놓았다. 엄마도 화가 나지만 참고 시아랑 대화를 하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렇게 또 아름답게 마무리가 잘 되면 좋겠지만, 시아는 별로 수긍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쩌겠나요. 반복반복반복. 물론 저렇게 성숙하고 아름답게(?)만 반응하는 건 아니다. 소리도 꽥꽥. 시아가 세 살 되기 전까지 소리를 한 번도 안 질렀다고 자랑했는데 그 2년 후 하루에 세 번 안 지르면 다행…. 휴.

그랬다고 합니다. 목이 또 아파온다. 이렇게 잘 넘기는 줄 알았는데… 콧물이 시작되는 게 느껴진다. 약 먹고 얼른 자야겠다. 내일도 아침에 걸어야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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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유학생 부인 7

“ㅈ님은 종달새가 아닐까 싶으실 정도로 유창한 언변을 자랑하신다. 혼잣말, 전화 통화, 대화 등 말하기의 모든 영역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이신다. 디스크는 왜 생기는지, 병원의 시스템이 어떤지, 오는 길은 어떤지, 음식 맛이 어떤지, 자식이 몇인지, 묻지 않아도 몸소 답해주신다. 얼마나 친절하신지 눈물이 날 지경이다. 교회 봄놀이를 못 가는데도 20만원을 내셨다는 “인정 많은” ㅈ님은 그 모임의 총무로서 오늘의 궂은 날씨를 깔깔깔 웃으며 비통해하는 신공을 보이신다.”

입원 당시 페북에 연재했던 ‘501호 사람들’이라는 병실일지의 첫 화이다. ㅈ님은 내가 입원했던 501호에 내가 입원한 지 열 하루 되는 날 입실하신 분이셨다.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으셨던 ㅈ님은 내 입원 생활의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공동생활은 쉽지 않다. 거동이 불편해질 정도로 아파서 입원한 병원의 6인실이니, 모두 신경이 어느 정도 곤두서 있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었다. ㅈ님이 등장하시기 전까지는.

‘501호 사람들’에서 ㅈ님을 묘사한 부분을 보다 보니 당시 내 기분이 생생히 되살아나 웃음이 난다. 조금 옮겨 본다.

“ㅈ님의 활약상을 내 짧은 필력으로는 도무지 표현할 재간이 없다. 도대체 무엇부터 말해야 할까.

그분에 대한 웬만한 정보는 나를 포함하여 모든 병실 사람들이 3일 만에 다 알았을 것이라는 거? 나이아가라 폭포 저리 가라 쏟아지는 말끝마다 자기 자랑과 남 욕이 이어진다는 거? 자기 손님이 아니라도 누가 오면 뚫어져라 쳐다보고 참견한다는 거? 대화를 받아주는 사람이 없고 혼잣말에도 지치면 전화를, 그것도 자리에 누워 병실 전화로 일가친척과 교회 지인들에게 쫙 돌린다는 거? 새벽에도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꼭 병실 싱크대에서 손 씻는다는 거? 병실 안에서 구역질하듯 가래침을 뱉어대는 거? 젊은 사람들이 로션 바르는 거 보면서 화장품 바르는 걸 보니 안 아픈 사람 같다고 하면서 자기의 엄청난 고통을 모험이라도 되는 양 굽이굽이 풀어놓으며 디스크는 참 무서운 거라고 모두에게 일장 연설을 펼치던 거?”

…ㅈ님과 신경전을 하는 “유별난 아가씨”가 되었던 나는 결국 ㅈ님의 퇴원을 며칠 앞두고 이실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ㅈ님은 많이 외로우셨던 것 같다. 사실 그때도 모르진 않았던 것 같다. 병실 일지의 프롤로그에는 “외롭고 외로운 자길 좀 봐달라는 애달픈 외침 같은 게 아니었을까. 물론 애달픈 외침치고는 ㅈ님이 매우 과했다고 여전히 생각한다. 그 나이 먹도록 여태 외로움을 해소할 방식을 그렇게밖에 못 찾은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적혀 있다.

지금 생각하면, ㅈ님이 은인이다. 한 달의 긴 입원생활을 병실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ㅈ님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고 고발하는(!) 걸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처음으로 ‘쓰고 싶어 견딜 수 없는, 소통으로서의 글쓰기’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또 ㅈ님은 반면교사로서의 역할이 출중했다. 외로움이 지나쳐 모두를 괴롭히는 중년 여성의 전형이라고 할 만한 사람을 옆에서 보면서 외로움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떻게 나이들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다. 남이 뭐라든 상관없이 그냥 내 갈 길을 가면 그만이라고 다시 한 번 결심하기도 했다.

말은…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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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얼마 전,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그림들을 보았다.

한 뼘만 달리 보면 된다. 그 한 뼘이 어려울 뿐.

오늘 아침, 어제 가족 모두 약속한 대로 오랜만에 다 함께 시아 학교로 걸어갔다. 비가 그친 것 같아 안심하고 걷기 시작했는데 가늘게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조금씩 거세졌고 시아는 툴툴대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간에 부츠를 벗고 여분으로 들고 갔던 운동화로 갈아신고, 가다가 넘어져서 바지에 묻은 진흙을 닦고 하느라 결국 시아는 2분 지각했다.

출발 인증샷

돌아오는 길, 비는 오고 우비를 뒤집어쓴 가운데도 발은 좀 젖고 시아에게 옮은 것 같은 감기 기운으로 목은 아직 조금 따끔거렸지만, 상쾌했다. 컨디션이 약간 별로였지만 첫날부터 안할 수는 없어 반강제로 따라나서길 잘했다 싶었다.

아침 루틴 하나 바뀐다고 모든 게 갑자기 달라지진 않을 거다. 그러나 이 자체로 소중하다. 일상에서 꼭 해야 하는 걸 같이 반강제로 운동하는 일과로 만들어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하자고 내가 거듭 간곡하게 호소했던 결과다. 드디어 남편의 마음이 움직였고, 이어 시아도 기꺼이 좋다고 말해서 시작한 오늘의 아침 걷기. 빗길 30분이 만 5세 아이에게 쉬운 게 아니었을 텐데 시아에게 제일 고맙다. 돌아오는 길에 비를 맞으며 이메일을 보내면서도 좋다고 해준 남편에게도.

이렇게 우리의 일과에 평일 아침 시아는 30분 걷기가, 남편과 나는 한 시간 걷기가 추가되었다. 이 30분/한 시간이 우리 가족의 한 뼘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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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iniscing on a Rainy Day

San Jose is seeing some much needed rain these days. Power and internet outages aside, I am glad that this is going to relieve the drought, albeit a little.

Growing up, I didn’t really like rain. Korean summers are notorious for the hot and humid weather. June and July are probably the rainiest months in Korea. That does not mean that we don’t see rain in other seasons. I catch a cold easily, and after a heavy rainfall, I often caught a cold. Naturally, I wasn’t a fan.

When I came to California at the end of 2013, one thing I loved the most about LA was its weather. Sure, life in LA was alluring in many fronts, but the sunny, dry weather was one of the top reasons why I enjoyed my new life. Now, after more than 7 years in dry California, I’m not so sure.

Never had I known that I would be missing rain this much. In fact, during our visit to the East Coast this summer, one thing I enjoyed a lot was the walks we had on rainy days, especially in Boston.

Boston Commons was so peaceful.

Of course, not every rainy day was blissful. Rain wasn’t that enjoyable on that particular day when Sia and I were waiting outside of the National Gallery in Washington D.C. Hubby was to pick us up. The three of us had taken an Uber to the museum after failing to find a parking spot near it. Hubby had left the museum alone and walked to our rental car, which was parked 2 miles away from the museum. Sia and I spent some time at the gift shop until the museum closed and got our things back from the coat room. We had two backpacks, one booster seat, and one small umbrella.

It started drizzling soon after we left the museum. We had nowhere to go. I had a feeling that the rain would only get worse. We sat in front of the entrance, and I busied myself reorganizing our belongings. I put my husband’s laptop and my iPad in a water-repellent reusable bag before putting it back to the backpack. I poured the contents of one backpack to the other and folded the empty backpack away. (Foldaway backpacks are so handy, I tell you!) I tried to shield the one remaining backpack full and heavy with another reusable bag. (Reusable bags are the best when traveling.) I was ready—as ready as possible.

Not long after, it started raining harder. Sia and I hurried toward the door, hoping to get some cover. It was pouring. While I had done my best to cover Sia and myself, as well as the laptop that was inside my backpack and Sia’s booster seat with the tiny umbrella on one hand, our raincoats, and the water-repellent reusable bags, I had to set my priorities. It was now “bucketing down.” I got soaked to the bone, but Sia and the backpack relatively dry. Still, no sign of hubby.

After what felt like three hours but was in fact about one, Hubby came. He got out of the car and escorted Sia back to the car. I got the backpack and the umbrella and ran to the car myself. I took off my raincoat. There were grayish white tiny speckles everywhere on me. I was perplexed but soon realized what that was. It was the lining of my old and trusty raincoat. The heavy rain had damaged the lining, which broke into tiny speckles. The raincoat was beyond repair and I let it go.

We were supposed to drive right back to Philadelphia. It was scary to drive. After 10 minutes of drive, Hubby was getting drowsy. For a split second, I thought of getting a hotel and staying another night in D.C., but my friend and her family were all waiting for us. We were supposed to have dinner together. Well, I didn’t make it to dinner time, but I did cut the trip to 3h30. Nonstop. And the meal we had at her house! No posh restaurants could have us more satisfied. Sia still speaks of that day whenever it rains.

Last night, I woke up several times because of a dripping sound. I was worried that there may be another leak—bathroom or garage, take your pick. I went to check our bathrooms. Nothing there. Still, I woke up several more times. It was only this morning that I realized the dripping might have actually been rain. That didn’t even occur to me last night. And today, I find myself reminiscing of our summer trip, where rain played a big part.

Ryuichi Sakomoto’s Rain was one of the most played songs on the radio on rainy days back when I was a radio producer in Korea. I have plenty of others on my rainy day playlist, but today I’m listening to this one. Hope you like it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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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주말

아침부터 나갈 준비로 분주했다. 주말 혼자만의 외출이 간만이라 설렜다. 게다가 오늘은 드레스코드도 있어서 평소와 다른 느낌의 옷도 입고 화장도 하니… (그래 봐야 썬팩트와 아이섀도 살짝, 립글로스 살짝이였지만…) 시아가 어색했나 보다.

“엄마, 어디 가?”

“아, 엄마는 오늘 심플스텝스 분들 만나러 가.”

“일하러 가는 거야?

“아니. 오늘은 놀러 가.”

“그럼 놀이터 가? 엄마 좋겠다!”

“하하. 아. 놀이터는 아니고 브런치를 먹으러 가.”

“응. 그렇구나. 엄마 잘 놀다 와!”

간만의 아이 없는 어른들만의 약속은 그야말로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던 어린 날의 기억을 소환했도. 예쁘게 꾸며 입고 함께 점심 먹고 차 마시고 사진 찍고 수다수다! 좋피와 살이 되는 선배 엄마들의 이야기도 듣고, 2차에서는 공허함이란 무엇인가 토론도 하고! 아주 가깝진 않아도 같은 뜻을 갖고 함께하는 좋은 분들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이 느낌이 참 좋았다.

기쁘게 잘 보낸 하루를 마치고 돌아오니 남편과 시아는 씻고 있었다. 남편은 하루만에 조금 더 늙고(?) 지쳐보였지만, 시아는 마냥 싱글벙글이었다. 시아와 남편에게 인사를 하자마자 금세 옷을 갈아입었다. 뭔가… 12시가 지나 들어온 신데렐라 느낌…?이었지만 충전을 제대로 해서인지 생각보다 신이 났다.

드레스코드에 맞게 오래 전 동생이 사준 꽃무늬 드레스 옷을 입었는데 꽉~~ 끼는 걸 보고 정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아침의 결심이 무색하게… 칼로리 폭탄일 오꼬노미야끼를 어제에 이어 또 부쳤다. (반죽은 내 맘대로 마+사워도우스타터 쪼끔+찹쌀가루+감자전분+아마씨가루+물과 갈아서 양배추 올리고……..)

화룡점정 베이컨도 올리고…기름에 지글지글!
무거워도 이 맛에 무쇠팬을…
가츠오부시까지 올려보았다

하나를 부치고 상에 올리고 나머지를 부치고 있는데 시아가 부른다.

“엄마, 여기 춤 추는 건 뭐야?”

“가츠오부시라고 하는 거야. 신기하지?”

“응! 먼저 먹어도 돼?”

“어~ 먼저 먹어!”

시아가 한 입 먹고 내게 달려와 폭 안긴다.

“You’re the best baker!” (요리는 무조건 베이킹인 줄 아는 시아…. ㅋㅋ) 이러면서 마구 엄지 척을 날려준다.

어제의 피곤함이 싸악 사라지는 느낌.

시아는 자는 주말 밤. 자, 이제 미뤄뒀던 슬의생을 남편과 와인과 함께 감상해볼까? 오늘은 그야말로 완벽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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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직업 유학생 부인 6

아니 유학생 부인 이야기라면서 대체 유학 이야기는 언제 하려고 딴 얘기만 하지? 남편 학교 얘긴 왜 안 하고, 자기 학교 얘길 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입원 이야기는 또 왜? 라고 생각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곁가지로 새어갔다는 거 인정한다. 안다. 그런데 삶이란 게 그렇지 않나. 직선으로만 갈 줄 알았는데 굽이굽이 가는 길도 있는 거다. 어쩌면 이렇게 어찌할 수 없는 사건들로 돌아가는 시간들이야말로 유학생 부인의 삶을 가장 잘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유학생의 시간만 느리게 가는 게 아니다. 유학생의 ‘덤’이라 여겨지는 유학생 부인의 시간은 유학생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느리다. 

학생의 동반자 비자로 나오는 F2 비자는 쓰레기 비자라는 농담을 종종 들었다. 사실 말이 좋아 ‘동반자’지, 정식 명칭 자체가 dependent visa(부양 가족 비자)다. dependent라는 말처럼 F1의 조건에 종속되어 발급되는 비자다. F1은 그나마 학교에서는 돈을 벌 수 있는데, F2는 아예 미국에서 영리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그냥 F1 비자 소유자 옆에서 살아 숨쉬는 것만 허용된 비자다. (지금은 규정이 조금 달라졌다고는 하는 것 같은데, 내가 비자를 받던 당시에는 F2는 풀타임 학생이 될 수 없는 것은 물론, 수료증을 주는 정규 과정에 등록해서 공부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자립(independent) 여부는 내게 중요한 문제였다. 내가 꼭 어디까지는 오르고야 말겠다는 대단한 야망을 품은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전업 주부의 삶을 꿈꾼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 엄마가 전업 주부였다는 사실이다. 다른 전업주부와는 좀 다르긴 했다. 일단 학교 갔다 오면 집에 잘 없었다. 뭘 배우거나 봉사를 하거나 아니면 하다 못해 친목 생활로 늘 바빴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만 해도 엄마가 원망스러울 때도 종종 있었다. “아니, 엄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왜 학교 갔다 오면 집에 있는 날이 거의 없는 거야?”라고 볼멘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나이를 좀 더 먹고, 철이 들고 나서부터는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회활동을 했던 엄마를 훨씬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엄마도 차라리 일을 하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반드시 ‘내 일’로 경제활동과 사회활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전업 주부의 삶을 마냥 고귀하게 볼 생각도, 반대로 폄하할 생각도 없다. 직장을 갖는지 여부는 자신의 취향이나 적성, 능력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모양처가 꿈인 사람도 주변에 있다. 그 어떤 ‘바깥일’보다 살림과 육아가 훨씬 더 적성에 맞고 보람될 수도 있다. 그게 가족뿐 아니라 본인에게도 분명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회사 다닐 때의 일이다. 생방을 앞두고 빠르게 점심을 먹고 종종 걸음으로 회사로 돌아가곤 할 때면, 세상 여유로운 사람들을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게 되었다. 브런치 모임을 하는 여자들을 보면서 (아마도 전업주부인 것 같은 저들이) 직장인인 우리보다 오히려 더 ‘자아실현’을 한 쪽에 가깝다고 토로하는 직장 선배도 있었다. 

그때 마주쳤던, 보였던 사람들도 알고 보면 여의도에 흔하디 흔한 직장인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들이 전업주부일 수도 있었을 거고, 그야말로 꽃길 한가운데를 걸어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도 시간과 돈의 자유를 누리는 언제나 장밋빛 인생이라기보다는, 아주 잠시 집안일과 육아를 잊고 한껏 멋을 부리고 단 몇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있던 전업 주부였을지도 모른다. 하필 그 순간, 회사 일에 찌들어 있던 우리 눈에 그냥 장밋빛 인생으로 보였던 것일 수도 있다. 남들이 볼 땐 ‘접속’, ‘봄날은 간다’, ‘라디오 스타’ 등에 나오는 (아, ‘라디오 스타’는 좀 아닌가 ㅎㅎ) ‘세상 멋지고 여유로운(!)’ 라디오 PD의 현실이 사실 그렇게까지 밝지만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여하튼 2012년 4월, 한 달간의 병원 생활은 내게 삶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나는 ‘ㅈ 님을 만난 게 계기가 된 듯도 하다.